앙리도 앓았다…소중한 사람이 우울증이라면 읽어야 할 책
앙리도 앓았다…소중한 사람이 우울증이라면 읽어야 할 책
  • 한주희 기자
  • 승인 2024.0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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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격수로 꼽히는 티에리 앙리가 축구화를 벗은 지 10년 만에 선수 시절 내내 우울증을 앓았다고 고백했다. 지난 8일(한국시각) 『우선순위의 법칙』의 저자 스티븐 바틀렛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Diary of CEO’에서는 앙리 편이 공개됐다. 이 영상에서 앙리는 “내 커리어 전반에 걸쳐서 나는 틀림없이 우울증에 시달렸다. 내가 그걸 알고 있었냐고? 아니다. 내가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냐고? 그것도 아니다”라고 털어놔 놀라움을 안겼다.

지난 8일(한국시각) 공개된 『우선순위의 법칙』의 저자 스티븐 바틀렛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Diary of CEO’에서 티에리 앙리는 선수 시절 내내 우울증을 앓았다고 고백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The Diary Of A CEO’]
티에리 앙리는 지난 8일(한국시각) 공개된 팟캐스트 ‘Diary of CEO’에서 선수 시절 내내 우울증을 앓았다고 고백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The Diary Of A CEO’]

앙리가 깊은 우울의 늪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가족 덕분이었다. 앙리는 오랜만에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 뒤 몬트리올로 떠나기 직전,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가방을 내려놨을 때 보모와 여자친구, 아이들까지 모두 울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으로 이 사람들이 축구 선수 앙리가 아닌 나를 봐준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몬트리올 감독직을 그만뒀다. 그들은 축구 선수 앙리가 아니라 인간 티에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처음으로 사람으로 대해준다는 느낌을 받고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우울증은 가족의 도움 없이는 치료가 너무나 어려운 병이다. 게다가 우울증을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하지만 실제 우울증을 겪는 환자와 그 가족들은 절대 감기 수준이 아님을 안다. 환자를 잠식하며, 몸과 마음을 파괴하고,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하는 우울증 앞에 절망한다.

이것이 『소중한 사람을 위해 우울증을 공부합니다』의 출간을 반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관련 정보가 늘고 있지만 환자를 곁에서 돌보는 가족 등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정보는 찾기 힘들다. 우울증 환자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 상황별 대처가 치료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고려할 때, 보호자가 우울증을 제대로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행동하며, 환자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이 책에는 치료저항성 중증 우울증 아내의 치료를 7년간 함께한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겼다. 놀라운 점은 아내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 모든 것을 저자 자신이 먼저 그리고 직접 해봤다는 것이다. 우울증에 좋은 식단을 개발하고, 효과 있다는 영양제를 구해 먼저 먹고 검증한 후 아내에게 권했다. 우울증에 좋은 운동법을 먼저 익혀 아내에게 알려주며 꾸준히 같이 운동했고, 우울증 관련 일반 서적을 넘어 연구 논문과 의대 교재 등을 공부하며 우울증 이해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우울증 환자에게 치명적인 주변인들의 무신경한 말과 행동을 차단하며 아내가 우울증 치료에 대한 의지를 잃지 않게 도왔다.

그뿐만 아니라 우울증 개선에 도움 되는 식이요법과 영양제 분석, 우울증 환자에게 운동을 권하고 설득하는 방법, 우울증 환자를 위한 주변 환경 개선하는 법, 질 좋은 수면을 위해 필요한 조치, 보호자의 불안한 마음 다스리는 법, 날씨와 계절 변화에 미리 대응하는 법, 좋은 병원과 의료진 선택하는 기준 등 가족이 우울증 환자를 위해 챙겨야 할 것들과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의 이러한 노력은 2023년 ‘대한신경정신학회-와이브레인’이 주최한 우울증 극복 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인정받기도 했다.

앙리는 현재 감독직에 복귀하여 프랑스 U-21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앙리 곁에 가족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분명 아직도 어둡고 긴 터널을 홀로 헤매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힘이 되어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 축구 선수로서 최고의 영광을 누린 것보다 더 큰 행운일지도 모른다. 만약 당신을 생각하며 이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 또한 행운아다. 그 사람은 당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진심으로 돕고 싶어 한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당신 또한 누군가에게 한 줄기 빛 같은 존재가 되어줄 수 있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 우울증을 공부합니다』라는 책에 관심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그런 사람이다.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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