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청소년 소설이라는 한 우물만 판 이가 있다. 바로 김혜정 작가다. 그는 중학교 재학 시절 『가출일기』를 발표해 화제를 모았으며 2008년 『하이킹 걸즈』로 제1회 블루픽션상을 받으며 정식 데뷔했다. 현재까지 출간된 도서만 38권에 이르며 이중 『오백 년째 열다섯』은 1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청소년 소설을 꾸준히 써온 김혜정 작가가 이번에는 20대를 위한 소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를 선보였다. 게다가 종이책이 아닌 ‘밀리로드’를 통해 독자를 만나고 있다. 2023년 5월 론칭된 ‘밀리로드’는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집필하고 공개할 수 있는 창작 공간이다. 국내 최대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를 통해 들어갈 수 있다. ‘밀리로드’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김혜정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변해가는 세상을 따라가고 싶거든요.”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게 변했다. 독자 나이도, 독서 방식도. 10대 때 김혜정 작가의 책을 읽으며 꿈을 키웠던 청소년들은 어느덧 어른이 되었다.
“2023년에 다양한 곳에서 『하이킹 걸즈』, 『다이어트 학교』 등을 읽고 자라 어른이 된 독자들을 많이 만났어요. 방황하고 어려운 10대 시절에 제 책을 읽고 긍정적이고 바른 에너지를 얻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늦은 팬레터를 받은 기분이 들었고, 그분들에게 답장을 보내고 싶었어요.”
소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는 27세 혜원이 돌아온 분실물을 통해 물건을 잃어버렸던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9살인 2005년, 15살인 2011년, 17살인 2013년으로 각각 돌아가며 세 번의 타임슬립을 한다.
“20대가 된 독자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제 그들의 손에는 종이책이 아닌 휴대폰 이북리더기 등 디지털 기기가 쥐어져 있다. 독자가 작가를 찾듯, 작가도 독자를 찾아간다. 시대가 변한 이상 작가들이 종이책 출간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에 진출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김혜정 작가가 연재를 통해 작품을 공개하는 건 10여 년 전 어린이 신문에 동화를 연재한 이후 처음이다.
“종이책은 완성된 이야기를 다 보여줄 수 있어서 조금 더 자신이 있는 것 같아요. 연재물은 앞부분만 읽고 마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서, 앞으로 진행되면 더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하지만 분명 새로운 지점도 있다. 김혜정 작가는 연재 플랫폼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독자들의 댓글에 반응을 남기고 있다. 독자의 사연에 공감하며 본인의 경험을 털어놓기도 하고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해 살짝 스포를 해주기도 한다.
“이제까지는 완성된 작품이 책으로 나와 독자를 만났기 때문에 ‘작품 전체’에 대한 감상만 알 수 있었어요. 하지만 연재 중에는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에 대한 독자의 반응과 앞으로 기대하는 지점을 알 수 있으니 재미있는 거 같아요. 또한 요즘 20대들이 전자책으로 작품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독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나 기대하고 있어요.”
빠르게 변하는 독서 환경에 발맞추는 건 작가와 독자뿐만이 아니다. 플랫폼 업계 또한 바뀌고 있다. 특히 디지털에 익숙하거나(밀레니얼 세대), 아예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네이티브였다는(Z세대) 특징을 갖고 있는 MZ세대를 겨냥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전문가가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는 ‘도슨트북’, 영상형 독서 콘텐츠 ‘오브제북’과 같은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2차 독서 콘텐츠를 개발해 텍스트보다 멀티미디어에 익숙한 MZ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AI 오디오북에 이어 AI 오브제북까지 공개하며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독서 콘텐츠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또한 평론가의 권위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추천하는 작품을 찾아보는 것을 추구하는 MZ세대를 위해 독서 통계에 기반한 완독할 확률, 완독 예상 시간을 보여주는 ‘완독 지수’와 ‘성별·연령별 인기 분포’ 등 데이터를 공개했다.
밀리의 서재 구독자 심혜진 씨는 “책을 고를 때, ‘과연 재밌을까?’ ‘내가 좋아할까?’ 하고 고민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써요. 그런데 밀리에서는 수많은 책을 쉽게 열어보고 내 취향과 맞지 않으면 다른 책들을 얼마든지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아요. 독서를 시작하는 게 훨씬 쉬워진 거죠”라고 밝혔다.
왜 하필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노력하는 것일까? 아무것도 모르는 취급을 받다가 갑자기 시대의 주인공이 된 이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가끔 미디어에서는 MZ세대가 부정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김혜정 작가는 함께 성장한 자신의 독자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제가 40대가 되었는데, MZ세대는 제 다음의 새로운 세대에요. 한때 새로웠지만 이제는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이들이 새로운 세대를 다르기에 신기해하면서 낯설어하는 건 당연한 거 같아요. 세대와 문화는 계속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세상은 아주 예전에 멈췄을 거예요. 재밌는 건 10대들에게 MZ세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조금도 신기하거나 새롭게 여기지 않아요. 그들이 보기에 자신들과 비교하면 MZ세대 역시 나이 든 사람들일 뿐이거든요. 그러니 MZ세대는 지금 세상의 중심이 되는 현재 가장 젊은 사람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바뀌겠죠?”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