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 리의 마지막 이야기』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세 낸시 주연 김의 데뷔작이다. 한인 이민자 어머니와 한국계 미국인 딸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들여다본다. 공교롭게도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인 가족의 삶을 다뤄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 <미나리>와 이름이 비슷하다. 이러한 소재의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지만 이제 코리안 디아스포라 콘텐츠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미나 리의 마지막 이야기』는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화제의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리즈 위더스푼 북클럽 추천도서에 선정됐다. 뿐만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 등 유수의 언론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어머니와 다른 언어를 쓴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어느 날 그런 어머니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면? 과연 이민자 어머니는 다른 사람보다 약하고 자녀에게 의존하는 존재일까? 낸시 주연 김은 어머니와 처음으로 떨어져 살게 됐을 때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겨 그녀를 돕거나 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고 용감하며 비범했다고 회상한다. 그 이후 한 개인으로서 어머니의 온전한 인간성을 발견하기 위해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여성, 특히 유색인종 여성과 이민자 여성이 겪는 더 큰 문제를 탐구하기 위해 긴 여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미나 리의 마지막 이야기』가 탄생했다.
Q. 간단한 인사 말씀과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미국에서 『미나 리의 마지막 이야기』와 『우리가 간직한 것』이라는 두 권의 소설을 쓴 작가입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저의 부모님은 1960~1970년대에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한국인입니다. 노동계급 편부모 가정이었고, 쓰기와 읽기가 매우 권장되는 환경이었지요. 저의 어머니와 이모, 저의 할아버지는 모두 예술가였습니다.
Q. UCLA, 워싱턴 대학교에서 공부하셨는데요. 원래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기억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가난하게 자랐기 때문에 글쓰기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창의적인 출구였습니다. 항상 연필과 종이를 쥐고 살았어요.
Q.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하셨나요?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저는 늘 책을 좋아했습니다. 어머니가 영어로 된 작품들을 많이 읽지 않으셨기 때문에 스스로 새로운 영어를 발견하고 찾아야 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했던 책 중 하나는 윌라 캐더의 『나의 안토니아』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울었고, 그 순간을 항상 기억합니다.
Q. 데뷔작 『미나 리의 마지막 이야기』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한국계 미국인 엄마와 딸이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게 만든 비밀, 침묵, 수치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성인 딸이 어머니의 삶과 자신의 가능성에 직면하게 만드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작됩니다.
Q. 교포 2세로서 작가님의 삶 자체가 작품의 영감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쓰게 한 결정적인 경험이 있었나요?
제가 20대 초반이 되었을 때,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이 일은 제가 대학원 공부를 하려고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애틀로 이사하려고 할 때 일어났습니다. 어머니와 떨어져 사는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이사한 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서 그녀를 돕거나 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때 저는 이민자의 딸로서 어머니에 대한 문화의 틀 안에서 어머니의 삶을 인식해 왔고 너무나 많이 내면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머니는 다른 사람들보다 ‘약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민자이자 전쟁 생존자로서 어머니는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고 용감하며 비범한 여성이었습니다.
Q. 『미나 리의 마지막 이야기』에는 많은 화두가 등장합니다. 아메리칸드림, 빈곤, 모녀의 유대. 소통, 때론 오해의 도구가 되는 언어, 여성주의를 들 수 있는데요. 작가님께서 가장 집중하고, 또 독자들이 가장 깊게 읽어내길 바라는 맥락은 무엇인가요?
이러한 주제 중 어느 것도 서로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어느 계층에나 있는 이야기로 여깁니다. 저는 보편적으로 모든 사람이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이 경우에는 어머니와 딸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는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개인적인 투쟁은 친밀감과 취약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적대적인 관계를 조장하는 불평등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즉 사회적·구조적 문제의 확장, 심지어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주인공인 마고와 엄마 미나의 삶이 교차하면서 마고가 마침내 엄마를 이해하게 하는 구성인데요. 대부분의 자녀들은 부모의 지난날을 속속들이 알지 못합니다. 부모가 되기 전의 삶을 안다면 서로 간의 갈등이 사라질 수 있을까요.
갈등은 인간 경험의 일부이며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계에서 어느 정도 갈등, 병치 또는 대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저는 부모와 파트너, 우리 자녀의 온전한 인간성을 이해하면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파괴적이지 않고, 창의적이고 생산적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고가 어머니를 더 깊고 인간적인 차원에서 이해했다면 어머니의 삶의 한계와 어머니가 그 안에서 성취한 놀라운 일들을 존중했을 것입니다. 그녀는 또한 자신에 대해 더 깊은 존경심을 가졌을 것입니다.
Q.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경계가 우리를 분열시킬 수 있는지, 어떤 두려움이 우리를 지배하는지에 관계없이 우리는 이 지구상에서 보내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의미와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찾으려고 노력하는 동일한 가족입니다. 저는 어머니와 딸 사이,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국가 사이의 화해와 평화가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무너진 가족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도록 익숙해졌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부모님이 정말 자랑스럽고 한국인이라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작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두 번째 소설 『우리가 간직한 것』에 이어 세 번째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색다른 가족의 모습을 통해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에서 팬데믹과 친밀감, 노동의 잃어버린 세월을 탐구하는 근미래 문학 스릴러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매우 심각하게 들리지만 노래방, 술, 음식에 관한 이야기도 많을 거예요. 그리고 작가로서의 유일한 목표는 가능한 한 솔직하게 글을 계속 쓰는 것입니다.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