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10년, 20년 전의 사건도 제대로 알기 어려운 것이 이 세상이고 인간의 삶인데, 제대로 된 기록 하나 없는 수천, 수만 년 전의 모습을 파악할 수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기 때문이죠. 그럼 우리는 이 시대, 그리고 이 시대의 미술을 어떻게 알고, 이해해야 할까요? 바로 ‘알 수 없음’을 인정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 당시 사람들의 삶과 미술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16쪽>
로마가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개방성과 실용성으로 대표되는 로마인 특유의 문화도 한 몫 했습니다. 로마인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보다 나은 게 있다면 뭐든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어요. 설령 그것이 자신들에게 정복당한 지역의 것이라고 해도 말이죠. 그리스의 앞선 문화를 받아들였고, 이방인의 종교인 기독교를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확장력과 대중성을 확보했죠. 뛰어난 실용성도 로마인들이 가진 중요한 특징 중 하나였습니다. 법과 제도는 물론, 각종 시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자신들의 현실적 필요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획되고 만들어졌습니다. <45쪽>
비잔틴(Byzantine) 미술은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로마 제국의 수도를 콘스탄티노플로 옮긴 뒤에 발전한 양식입니다. 비잔틴은 콘스탄티노플의 원래 명칭이 비잔티움이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며, 이 양식은 수도 이전 직후인 330년경부터 이 도시가 투르크 족에 의해 멸망한 1453년까지 이어졌죠. 비잔틴 미술의 특징은 모자이크와 이콘화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우선 모자이크는 로마의 국교로 공인된 기독교의 강령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주제는 당연히 종교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었고, 작품 속 예수는 늘 전지전능한 인물로 표현되었죠. <65쪽>
서양사의 관점에서 보면 르네상스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이행기를 뜻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러한 개념으로 이해를 확장할 경우 르네상스에는 종교개혁, 대항해시대 같은 굵직한 사회적 현상들이 포함되기도 하죠. 우리가 이 시기를 새로운 시대 혹은 부흥기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게 결코 이상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86쪽>
새롭게 권력을 잡은 부르주아 세력은 화려하고 방탕한 귀족들의 문화와 로코코 예술을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상을 그리스 로마 문화에 투사했죠. 새로운 고전주의, 이른바 ‘신고전주의’가 시작된 거예요. 신고전주의는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유행했습니다. 로코코 예술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만큼 통일과 조화, 표현의 명확성, 형식과 내용의 균형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죠. <165쪽>
17세기와 18세기의 계몽주의자들은 과학혁명을 통해 도출된 연구 성과와 방법론을 과학 너머에 적용하고자 했습니다. 귀납적 사고방식을 인간과 사회에 적용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을 온전히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사회의 제도와 도덕원리를 수립하고자 했던 것이죠. 이러한 계몽주의자들의 사고 밑바탕에는 ‘이성’에 대한 강한 믿음이 깔려 있었습니다. 무한한 힘과 가능성을 지닌 인간의 이성을 일깨우기만 한다면 무지, 미신, 악습 같은 수많은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거예요. <175쪽>
[정리=한주희 기자]
『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
이준형 지음 | 날리지 펴냄 | 300쪽 |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