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언젠가는 돌보거나, 돌봄을 받는다
당신도 언젠가는 돌보거나, 돌봄을 받는다
  • 한시은 기자
  • 승인 2023.12.0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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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밀스가 쓴 책, 『돌보는 사람들』을 펼친다. 머지않아 ‘존경하는 간병인’이라는 표현을 만난다. 간병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가 아니다. 조현병을 앓는 아버지를 간병하는 작가는 버지니아 울프의 배우자, 레너드 울프를 ‘존경하는 간병인’으로 꼽는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성공한’ 간병인인 레너드 울프와, ‘실패한’ 간병인인 젤다 피츠제럴드의 배우자 스콧 피츠제럴드의 삶을 교차해 쫓는다. 배우자를 돌보며 살아가는 두 남자의 두 얼굴을 보며, 작가는 그 안에서 자신의 얼굴을 모두 목격한다.

간병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모든 사람이 나비처럼 자유로이 사는데 이 세상에서 나 혼자만 간병이라는 제약에 시달린다는 느낌”은 어쩌면 굉장히 기본적인 괴로움일 것이다. 간병, 돌봄은 영혼의 부피를 쪼그라들게 할 수 있으며, 관계의 성격도 바꿔 놓을 수 있다.

버지니아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레너드와의 로맨틱했던 관계는 환자와 간병인이라는 냉정한 세계로 조금씩 옮겨간다. 그럼에도 레너드는 로맨틱한 관계를 유지하며 버지니아를 살핀다. 그에게 짐이 될까 염려하는 버지니아에게 그는 이렇게 답한다. “더할 나위 없는 행복 외에 그 무엇도 당신 때문이라고 다시는 말하지 말아요, 왜냐하면 말 그대로, 솔직하게, 나는 그저 당신 곁에 조용히 앉아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행복을 느끼니까요.”

작가는 울프 부부를 보며 자신의 부모를 생각한다. 안정된 직장을 갖고 다정한 남자와 결혼을 했는데, 그는 조현병에 걸려 텅 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작가는 아버지를 대신해 마치 관리자가 된 것만 같은 어머니의 표정 뒤에 숨겨져 있었을 결핍의 빈자리를 더듬게 된다.

“간병인 역할을 하면 할수록 나는 내가 이 자리에 닻을 내린 것 같고, 다시 밧줄을 풀고 이전을 돌아가기가 갈수록 어렵게 느껴졌다. (중략) 어울리지 않는 역할을 하는 자신을 지켜볼 때처럼, 누군가 ‘샘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게 누구야? 오디션도 안 했어?’라며 당장 나를 자를 것도 같다. 죄책감, 양심, 중압감, 애정으로 뒤범벅된 감정이 나를 몰아갔다. 마음 한편에서는 기꺼이 감당하려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저항했다.”

작가는 아버지의 병을 이해하려 애쓴다.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와, 병원에 있는 다른 환자들을 보며 “저들이 앓는 신경증을 우리도 매일 경험한다. 다만 음량의 강도가 다를 뿐”이라고 규정한다. “개인사를 모르면 질환 자체가 그의 캐릭터”가 되는 타자화도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경험한다. 그가 정치 시민의 하나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아울러, 많은 이들이 버지니아의 정신이상을 마치 그의 천재성을 꾸며주는 액세서리처럼 여기는 것에도 반기를 든다.

“보수주의에 맞서 그녀의 강인함과 천재성을 칭송하고 싶은 비평가들의 마음은 당연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그녀의 정신이상을 가볍게 취급하는 태도도 위험하다. (중략) 정신이상이 그녀의 글쓰기를 향상시켰는가 지연시켰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그녀 자신도 평생을 고심했다.”

돌봄의 표상처럼 언급되는 ‘나이팅게일’에 관해서도 작가는 재정의한다. 군인들을 다정하게 치료해 준 간병인으로 떠받들며 여성성을 필요 이상으로 부각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가 의료서비스 개혁에 앞장서 싸운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나이팅게일은, 여성성을 강조한 자신의 유명세를 “구원의 천사 운운하는 허튼소리”로 일축했다고 한다.

성공한 간병인을 통해 삶의 확장을 경험한 작가는 실패한 간병인의 삶도 들여다본다. 스콧 피츠제럴드는 레너드 울프와는 매우 다르다. 스콧은 젤다의 정신이상 원인을 그녀의 모친에게로 돌리고, 젤다가 자신의 삶을 파멸시켰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스콧을 비난하기보다 객관적으로 그를 진단한다.

“이건 병의 진단과 함께 찾아오는 혼란과 당혹감에서 파생되는 감정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역사를 다시쓰기 해야 하는데 갑자기 내러티브에 빈틈이 보이면 악당이 누구인지부터 찾으려 십상이다.”

작가보다 앞서 ‘돌보는 사람’이었던 이는 작가의 어머니다. 그녀는 결혼 직후부터 남편을 돌보다 신장암에 걸려 죽었다. 불륜을 저지르기도 했다. 작가는 어머니를 이해한다. 작가는 딸이기도 하지만 깊은 사랑을 경험한 여성이기도 하다. 간병인이기도 하며 시민이기도 하다. 정치가이기도 하며 사회학자이기도 하고, 성인(聖人)에 가깝기도 하다.

우리는 언젠가 모두 돌봄을 받고, 또 돌보는 사람이 될 것이며 여기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 책은 그 삶이 고통스럽지 않다고 말하는 책은 아니다. 단지 돌봄, 그것만 있는 삶은 분명 아닐 것이라는 위로를 증거처럼 건네고 미리 길을 안내하는 책이다.

[독서신문 한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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