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만 타면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다. 게임을 하고, 카톡을 하고, SNS 피드를 내리고, 뉴스 기사를 읽고... 작은 화면 속에서 다들 분주하다. 무료한 시간을 가장 경제적이고도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듯 그들의 표정은 무심하다 못해 평온하다. 가장 무료한 시간 속에서의 효율성과 평온함은 더 많은 터치와 클릭을 생산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지구를 파괴하는 디지털 세계의 파괴자가 된다.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는 무한하게 느껴지는 디지털 세계가 사실은 물리적 실체를 지녔다고 말한다. SNS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고 과연 지구가 파괴될 수 있을까? 스마트폰에 알람이 뜨기까지, ‘좋아요’는 해저케이블, 인터넷 모뎀의 안테나, 땅속에 묻혀 있는 구리관, 기나긴 도로에 이어진 전선, 데이터센터 등 여러 곳을 지나게 된다. 옆자리에 앉아있는 친구의 ‘좋아요’도 수천 km를 여행하는 것이다.

‘기후세대’는 무엇보다도 디지털 도구에 중독된 젊은 소비자들로 형성되어 있다.
2023년 한국의 성인 스마트폰 사용률은 97%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잠깐이라도 손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고 멀리 나가는 것도 아닌데 보조배터리를 항상 들고 다니는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과 ’호모 사피엔스‘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세대)’, 기자 역시 그렇다. 외출할 때 스마트폰을 두고 나왔다면 약속 시각에 늦더라도 되돌아가곤 한다.
스마트폰 하나로 음식을 주문하고, 길도 찾고, 드라마도 보고...손가락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으니 예전보다 삶의 편의성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저자는 세상이 눈에 보이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메일에 용량이 큰 파일을 첨부하면 20g의 탄소가 발생한다. 이는 전구를 1시간 내내 켜둘 때 발생하는 양과 맞먹는 셈이다. 이메일을 백업 저장소로 사용하면서 예전 자료를 찾을 때마다 탄소는 계속해서 배출된다. 책장에서 문서를 끄집어내던 아날로그 시대에는 없었던 새로운 에너지 소비다.
각종 디지털 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구를 깊숙이 파고들어 희귀 금속을 채굴해야 한다. 1960년대 전화기에는 10개, 1990년대 휴대폰에는 29개, 2020년에 사용되는 스마트폰에는 54개의 원자재가 들어간다. 그만큼 더 땅을 파서 채굴해야 한다는 뜻이다. 채굴한 부품은 수만 개 공정을 거친 물질들이 집적되는데, 이렇게 힘들게 생산해도 몇 년 되지 않아 더 성능 좋은 부품으로 교체되고는 한다. 저자는 환경을 생각한다면 ‘저탄소’와 ‘저자원’이 더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존의 체계가 디지털로 변화하면서 오히려 지구를 구한다는 착각을 하곤 한다. 집에서 SNS를 하고, OTT를 보고, 이메일로 작업하는 그 자체가 오히려 친환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탄소 배출하며 이동하지도 않고, 종이를 출력하며 나무를 낭비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지적한다. 수백 번, 수만 번의 터치 때문에 지구가 파괴될 수 있다고. 오늘도 물을 아끼기 위해 양치컵까지 사용하고 있지만, 짧은 이메일 한 통으로 내가 아낀 물만큼의 에너지가 소모됐다.
우리가 식량자원과 에너지자원을 낭비하기 좋아한다면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이러한 경향을 한층 심화시킬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한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지구를 생각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원자 군단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