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꼽은 책 3권 공통점은…‘비현실’
청소년들이 꼽은 책 3권 공통점은…‘비현실’
  • 한시은 기자
  • 승인 2023.10.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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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관장 박주옥)은 ‘2023년 청소년이 친구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지난 17일 공개했다. 이 목록은 청소년 대상 독서진흥사업인 「1318 책벌레들의 도서관 점령기」에 참여하는 전국 100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직접 추천한 것인데, 가장 많이 추천된 책에 대해 사서교사 및 독서 교육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최종 선정했다.

1위인 이꽃님 작가의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은 청소년 문학 최고의 페이지터너로 꼽히는 이꽃님 작가의 최신작이다. 한밤중 저수지에서 가지런히 놓인 소녀의 흰 운동화가 발견되고, 함께 있던 소년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사라진 소년 해록과 더는 상처받지 않으려는 소녀 해주. 누군가를 막 좋아하기 시작한 십 대들의 풋풋한 마음과 그 마음 뒤에 숨겨진 쓰라리고 위태로운 감정이 미스터리한 사건과 맞물려 긴장감 넘치게 폭발한다.

“기억나? 우리가 저수지에 갔을 때 말이야. 그날 유난히도 어두웠잖아. 태어나서 내가 겪은 수많은 밤들 중에 제일 어둡고 외로웠던 밤이었어. 내가 그 밤을 잊을 수 없는 만큼, 너도 그날을 잊지 못하겠지. 그런데 그거 알아? 그날 일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거.” <5쪽>

작가는 작품 속에서 나타난 사랑의 감정이, 이제 막 좋아하는 마음을 터뜨리기 시작한 십 대들의 세계로 고스란히 전이되어, 서로의 첫사랑을 할퀴고 상처 내는 것을 보여준다. 누군가를 처음 좋아하기 시작하는 나이. 작품 속 위태로운 감정과 비현실적 사건에 몰입한 청소년 독자들은 이 문제작을 1위에 올렸다.

2위는 윤정은 작가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다. 이 작품은 윤정은 작가가 11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신비로운 세탁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힐링 판타지 소설이다. 세탁소의 주인은 창백하게 하얀 얼굴에 젓가락처럼 마른 몸, 까맣고 구불구불 긴 머리의 미스테리한 여자로, 세탁소를 찾아오는 누군가를 위해 매일 차를 끓인다. 차를 마신 이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어떤 아픈 기억은 지워져야만 살 수 있기도 하고, 어떤 기억은 아프지만 그 불행을 이겨내는 힘으로 살기도 하지. 슬픔이 때론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해.” <55쪽>

우리는 가끔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가 후회됐던 일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 그런데 과연 그 일을 지워버리는 게 현명한 선택일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기억을 지웠을 때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을까. 모든 경험이 ‘처음’일 수밖에 없는 청소년 시기. 청소년들의 복잡한 심경을 달래주는 윤정은 작가의 이 작품은 판타지적 세계관에 우리에게 익숙한 감정적 딜레마를 더하면서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3위에 오른 나혜림 작가의 『클로버』는 『위저드 베이커리』 『아몬드』 『페인트』 『유원』 등을 잇는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소년 정인과 고양이로 둔갑한 악마 헬렐이 함께 일주일을 보내는 판타지적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로, 선택에 관한 주제를 담았다.

“여기 이렇게 앉아 있으면 별꼴을 다 보고 별별 이야기를 다 듣거든. 어떤 사람의 이야기는 인생 막바지에서 시작해. 어떤 사람은 어려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어떤 사람들은 1회가 시작한 줄도 모르고 어정거리다 1점도 못 내고 끝나 버려. 난 네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102쪽>

삶에서 해야 하는 수많은 선택 앞에 우리는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아니, 어느 길이 올바른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정답을 찾기 힘든 질문 앞에서 주인공 정인은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악마’와 한국에 사는 평범한 ‘소년’, 아무런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인물이 만들어 나가는 합이 경쾌한 가운데, 무수한 유혹으로 이뤄진 삶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가를 반추하게 한다.

이처럼 1위인 이꽃님 작가의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을 비롯해 상위권에 오른 세 작품의 특징은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이야기와, 인물들의 위태로운 감정을 다뤘다는 점이다. 고달픈 학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책을 통해 잠시 현실을 떠나 다른 세계로 여행을 다녀오는 힐링 도구로써의 역할이 뚜렷한데, 이 역시 책의 역할이자 본분일 것이다.

[독서신문 한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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