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로 인한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SNS를 비롯한 사이버상에서 사실 확인도 없이 무분별하게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무참히 자행되고 있다. 문제는 악플과 도를 넘은 비난이 꼭 유명인들만 겪는 고충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왕따가 된 학생들의 문제이기도 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조리돌림을 당한 어른들의 문제이기도 하고, 동네 엄마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다. 하지만 내가 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또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단톡방에서 다른 사람들과 험담을 나누는 것, 별생각 없이 단 댓글 하나가 고소장이 되어 날아올 수 있다.
일반인이 고소를 해야 하거나 고소를 당했을 때 현명하게 대처하기는 어렵다. 독일 형사법 박사 류여해 교수와 중수부 검사 출신 정준길 변호사가 3년 동안 사건을 직접 겪고 대응한 경험을 바탕으로 펴낸 책 『손가락 살인의 시대와 법』은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말한다.
“일반인인 고소인이 고소한 내용에는 허점이 있는 경우가 많고, 이에 대해 피고소인이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기소가 되기도 하고, 불송치 결정을 받게 되기도 한다. 범죄구성요건 입증책임은 수사기관에 있으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적절히 방어하면 의외로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처벌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법률전문가인 변호인이 피고소인 조사에 참여하게 되면 피고소인이 어떤 내용을 조사받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므로, 조사 후 피고소인에게 유리한 자료를 신속하게 준비하여 적극적으로 의견서를 제출하여 불송치 내지 불기소를 이끌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검찰이 기소하더라도 조사참여를 한 변호인은 사건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으므로 재판을 효율적으로 준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서도 혼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하는 것이 추후 재판에 도움이 되는지, 고소장은 어떻게 쓰고 어디에 제출하는지, 형사고소와 민사소송 중 사안에 따라 어떤 소송이 더 유리한지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지금도 사이버 공간 혹은 주변 일상에서 수많은 모욕범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그들이 쏟아내는 글과 말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 억울하게 가해자로 지목되어 괴로움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속앓이만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이버상 명예훼손과 모욕은 전파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피해자는 허위사실을 바로잡을 방법을 찾기가 어렵기에 제대로 신속히 대응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피해자는 위로와 희망을 얻을 수 있고,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린 사람은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다.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