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자들』 김초엽 “취향과 재미로 꾸린 곰팡이 이야기”
『파견자들』 김초엽 “취향과 재미로 꾸린 곰팡이 이야기”
  • 한주희 기자
  • 승인 2023.10.1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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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장편 소설 『지구 끝의 온실』로 15만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한국 SF 시장의 토양을 다지는 데 기여해온 김초엽 작가가 두 번째 장편 소설 『파견자들』로 돌아왔다. 『지구 끝의 온실』에서 식물을 다뤘다면 『파견자들』에서는 곰팡이의 세계로 안내한다.

“몇 년 전 한 미술 전시에서 발표한 짧은 이야기가 이 소설의 씨앗이 되었다. 그때 나는 인간이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그래서 인간은 물질적으로 바깥 세계와 뒤얽혀 있고 그 사실은 우리의 세포와 단백질, 분자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게다가 인간의 몸속에는 수많은 ‘외부에서 온 존재들’이 같이 살고 있으며, 어느 정도는 실제로 우리를 구성한다. 인간이 ‘우리’라고 말할 때 그것은 꼭 인간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짧은 이야기는 범람체의 모티브가 된 균류, 곰팡이에 관한 책들을 만나며 긴 이야기로 발전했다.” ( 『파견자들』 작가의 말에서)

김초엽 작가 [사진=예스24]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있는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파견자들』 출간 기자간담회에 김초엽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예스24]

김초엽 작가는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있는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파견자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긴 이야기를 쓰려면 아무래도 작가가 특별히 좋아하는 것들로 작품을 꾸려야 하는데, 이번 장편 소설 『파견자들』은 제가 지금까지 관심을 가져왔던 것들 중에서도 특히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제가 지금까지 쓴 작품 중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많이 고민했던 소설이다. 작가 생활 시작할 때 뒤적거렸던 작법서를 많이 다시 들여다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도전 과제였다”고 털어놨다.

김초엽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며 멀린 셸드레이크의 책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를 주요하게 참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책에 따르면 곰팡이에게 미로 문제를 풀라고 하면 되게 잘 푼다고 한다. ‘곰팡이들은 뇌도 없고 지능도 없는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뇌가 있는 인간처럼 미로 문제를 풀까?’ 하고 상상하다 보니까 소설을 통해서 인간이 아닌 생물, 곰팡이, 동물처럼 상상하고 사고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인간성의 핵심이기도 한 객체 중심성을 탈피해서 사고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실 우리는 곰팡이처럼 사고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다. 인간은 각자 따로 떨어진 객체이고 개인이고, 그래서 서로에 대해서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 또 오직 1인칭의 주관적인 시점으로만 평생을 살아간다. 그런 점이 인간이라는 종에게 아주 고유한 특성을 부여하지만 동시에 인간성의 한계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인간성의 핵심인 객체중심성을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 결과로 곰팡이를 모티브로 한 범람체라는 지상 생물체를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곰팡이처럼 사고하는 것을 묘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였을 것 같지만 새롭고 즐거웠다고 한다. 오히려 어려웠던 지점은 따로 있었다. 그는 “이번 작품은 좀 더 재밌고 대중성 있게 쓰려고 노력했다. 예전 작품들이 정적이라는 평을 자주 들어서 ‘이번에는 좀 역동적으로 가보자’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극적인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독자를 좀 끌고 가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또 인물들의 마음에 대해서 예전에 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생각해 보고 인물들 간의 관계를 파헤쳐 보는 작업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초엽 작가 [사진=예스24]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있는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파견자들』 출간 기자간담회에 김초엽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예스24]

끝으로 책장을 덮은 독자의 마음에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제 책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은 어떤 분일까, 왜 제 책을 읽고 계시는 걸까’ 궁금해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독자에 대한 편견을 갖는 것 자체가 제 작품을 제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독자들을 폭넓은 구름 같은 존재로 상상하고 있다. 다만 저는 작품을 쓸 때 항상 이 책을 덮었을 때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 책을 계속 읽으시는 분은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신 분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견자들』은 우주로부터 불시착한 먼지로 인해 낯선 행성으로 변한 지구를 탐사하고 마침내 놀라운 진실을 발견하는 파견자들의 이야기다. ‘예스24 오리지널’에서 3회에 걸쳐 연재 형식으로 최초 공개됐다. 오는 29일까지 예스24와 연계된 동네 책방에서 독점 판매된다. 오리지널 연재가 종료된 지난 13일 『파견자들』 전자책도 예스24에서 단독 선출간됐다.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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