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서 끼임 사고 발생…60대 노동자 사망” 당신이 맛있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들어간 모바일 뉴스 사이트에서 본 제목이다. 놀라운가? 그다지 놀랍지도, 그렇다고 무심해지기도 미안한 뉴스일 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당신의 입에서 나올 말은 정해져 있을 것이다. “또?”
그렇다, 산재의 비극은 매번 또 발생한다는 데에 있다. 매년 800명, 하루에 두 명이 산재 사고로 죽는다. 그리고 진짜 비극은, 반복될수록 무관심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 입에서 나와야 할 말은 “왜?”이다. 왜 하루에 두 명이나 영원히 퇴근하지 못하는 것일까.
한겨레21 신다은 기자가 쓴 책,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는 이 논의를 시작하기에 적절한 책이다. 산재는 거대한 악마 하나가 만든 비극도, 노동자만의 과실도 아니다. 모두가 효율에 쫓겨 작은 위험을 외면했을 때 일어나는 종합적이며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기업이 얼마나 ‘무해함’을 믿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위험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안전관리부서의 잘못이라고 간주”하고, 실무자도 “현장에 존재하는 위험을 소극적으로 평가”한다. 경영진이 자사의 안전관리 실태를 적나라하게 확인하고 관행을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일선에 전달하지 않는 한, 안전부서 실무자들의 소극적 대응은 필연적이라는 저자의 지적이 나온다.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기계적으로 마련된 ‘안전수칙’과, 영리를 추구해야 하는 기업이 지켜야 할 본분인 ‘생산수칙’의 줄타기 사이에서 안전관리 담당자와 노동자들 역시 ‘생산성’을 우선시하게 된다. 기업은 무리한 작업을 이행한 사고 당사자에게 슬쩍 잘못을 돌린다. 언론은 이를 놓치지 않고 받아 적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빌려 기업을 맹비난한다. 그러나 저자는 “사업주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데서 멈추면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라는 더 중요한 과제를 놓칠 수 있다”고 짚는다.
특정인의 의지 부족이나 도덕적 해이로만 다루면 그를 비난하는 것 이상의 논의는 없어지고, 이것이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사업주의 문제’로 축소된다는 것이다. 회장님이 허리를 굽혀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의 도덕적 결단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위험도 있다. 그러므로 저자는 “사업주에 대해서도 거리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뼈아픈 조언을 한다. 이는 어려운 일이다. 언론과 시민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특정 사업주에 대한 비난을 감정적으로 퍼붓는 것이지만, 사실상 ‘재발 방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저 시민들의 ‘기분 상함’을 달래줄 따름이다.
저자는 산재 발생의 과오를 기업과 언론에만 지우지 않는다. 노조는 고용임금 문제보다 뒷전인 산업안전 업무의 전문성 부족으로 체계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산재 예방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처벌 위주 문화가 기업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한다. 재해 예방을 함께 실천하기보다는 엄벌하는 정책이 기업의 안전관리부서를 위축되게 만든다. 그러나 이 문제도, 담당자인 산업안전감독관이 턱없이 부족한 데서 발생한 비극이다. 책에 따르면 감독관의 정원은 지난 2021년 기준 815명으로, 한 사람이 감독해야 할 사업장은 약 2천 개다. 법령을 위반한 기업을 적발해 ‘쳐내는’ 생산 위주의 작업을 하게 된다.
그 사이, 유가족은 원인을 규명해야 할 산업안전 담당자이자, 죽은 자를 대변하는 노조이자, 그것을 세상에 알리는 언론인이자, 투사가 된다. 우리가 조금씩 서로의 짐을 미루고 있을 때 유가족은 그 모든 짐을 홀로 진다.
저자는 ‘근로자’ 대신 ‘노동자’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 이유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라는 의미”, 즉 “노동은 누군가의 평가와 무관하게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노동자다. 어디에 속해 있고 무슨 일을 하는가와 상관없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공간에서도 누군가는 노동을 하고, 어디에나 위험은 있을 수 있다. 아니, 누군가가 아니라 지금 나도 노동을 하고 있다. 위험은 내가 만든 안일한 빈틈에서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지금 당신이 앉아 있는 의자는 안전할까.
[독서신문 한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