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속 그들을 새로 만나다… 『청소년에게 시인이 읽어 주는 시인의 얼굴』 출간
교과서 속 그들을 새로 만나다… 『청소년에게 시인이 읽어 주는 시인의 얼굴』 출간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10.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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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예술이지 정치 이데올로기가 아닙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읽으면서, 이 작품이 일제 때 조선총독부가 토지를 수탈해서 보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허 생원의 이야기로 읽는 것과, 허 생원이 하룻밤의 인연으로 생긴 아들을 찾아 마을을 돌아다니고, 동이 또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아버지를 찾아 장터를 돌아다니는 인생 유전의 이야기로 읽는 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거지요. 또 황순원의 「소나기」를 몰락하는 지주 계급의 이야기로 읽는 것과, 순진무구한 소년 소녀의 순수한 플라토닉러브로 읽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지요.”

-이어령, 『이어령 읽기』 서문 中

지난해 봄 우리 곁을 떠난 ‘시대의 지성’ 故 이어령이 타계하기 전 김성곤 다트머스대학교 교수와 정기적으로 나눈 대담에서 남긴 말이다. 그는 문학을 삶에 대한 성찰이 담긴 예술로서가 아니라 정치 이데올로기의 수단으로 읽으면 작품의 본질과 향기를 망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문학을 한다는 것은, 저자의 의도나 정답을 찾는 도식적인 책 읽기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사랑과 죽음을 당대의 시대정신과 연관해서 읽고 성찰하며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미 규정되어 버린 죽은 학문이 아닌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예술로서 문학을 대해야 한다고 했다.

동시대 문학 작품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기는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하지만 교과서에서 자주 접했던 문인들은 그만큼 우리 머릿속에 도식화된 정답이 입력돼 있어 그 틀을 벗어나 감상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작품의 주제와 의의를 달달 외워야 하는 학생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최근 출간된 『청소년에게 시인이 읽어 주는 시인의 얼굴』은 그런 고민을 하는 독자들이 우리 문학을 문학답게 만날 수 있도록 징검돌을 놓아 줄 책이다.

시인이자 문학 연구자인 이민호 북치는소년 대표가 집필을 맡아, 그동안 교과서에 갇혔던 시인들을 불러내 ‘시인의 얼굴’을 그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랑하는 시인인 김소월, 나혜석, 백석, 윤동주, 김수영, 김종삼의 시를 ‘민족시인’, ‘민중시인’과 같은 거창한 별칭 없이 다시 읽으며 그들의 삶과 문학을 친근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지금 여기, 우리의 문제와도 긴밀하게 연결되는 옛 시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문학의 향기를 느껴 보자.

“이미 우리는 세계 속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민족, 국민을 앞세워 모두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사람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특별합니다. 시인도 그런 존재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사랑했던 시인들이 멀리 있지 않고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시민이라 여기면 얼마나 친근할까요. 여러분과 우리 시인들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이민호, 『청소년에게 시인이 읽어 주는 시인의 얼굴』 中

한편, 이 책은 전태일 열사의 ‘풀빵 정신’을 기리며 열 개 출판사가 함께하는 청소년 교양도서 출간 프로젝트 ‘너는 나다-십대’ 시리즈 중 여섯 번째다. 자유, 행복, 그리움, 생명, 상상력, 아름다움과 평화 등 우리 청소년들이 시민 공동체 일원으로 살아가며 향유해야 할 덕목을 전하고, 청소년들이 자기의 이야기를 꾸밀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이끌고 있다.

‘너는 나다-십대’ 시리즈에는 철수와영희, 자연과생태, 마리북스, 갈마바람, 학교도서관저널, 북치는소년, 보리, 히포크라테스, 리얼부커스, 아이들은자연이다 출판사가 참여한다. 이들 출판사는 청소년들이 당당하고 주체적인 시민으로 자신의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돕는 책을 함께 펴낸다는 취지로 지난 4월부터 『인권으로 살펴본 기후 위기 이야기』, 『도시 오목눈이 성장기』, 『이야기를 들어줄게!』, 『청소년에게 전하는 기후위기와 신냉전 이야기』, 『우리가 사랑을 이야기할 때』 등 다양한 청소년 교양도서를 펴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출간을 이어 갈 예정이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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