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를 얼마나 읽고 있을까? 2021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독서 건수는 4.5권이다. 어떤 분야의 책을 읽는지 15개 분야로 나눠 조사 한 결과 시는 3.4%로 나타났다. 이는 아마 시가 어렵기 때문일 거다. 전하고자 하는 바를 떠먹어 주는 다른 분야의 책과 달리 시는 친절하지 않다.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시를 읽어야 할까?
지난 22일 중랑구립정보도서관 4층 강당에서 ‘이음:인문학’이 개최됐다. ‘이음:인문학’은 인문학 활성화와 중랑구민의 인문 생활을 지원을 위한 중랑구립도서관의 대표 인문 강연 프로그램이다. 이번 ‘이음:인문학’에서는 이병률 시인을 초청해 ‘우리가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이병률 시인은 『찬란』, 『눈사람 여관』,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등의 시집을 펴냈다.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여행 산문집 3부작으로 널리 알려진 여행가이기도 하다.
이병률 시인은 시를 쓰는 이유에 대해 “저는 쏟아내는 것보다 담아두는 것이 쉬운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시인은 굉장히 쓸쓸해 보이는데, 남하고 어울리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친해지는 것이 좋은 작품을 쓰고 깊은 시를 쓰는 것과 연결이 되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우리가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시는 사람을 물들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의 비중으로 평가된다’라는 마야 안젤루 시인의 말을 인용했다. 이어 “내 글이 누군가의 심장을 물들이고 진동하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하며 쓴다”라고 말했다.
강연 중간에 이병률 시인은 140여개국을 여행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가장 시적인 나라로 아이슬란드를 꼽으며 겨울이 길고 내향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또한 시는 여행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며 “나쁜 공기로 가득 차 있고 세속적인 욕망으로 가득한 내부를 세척해 주고 환기시켜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는 여행처럼 우리를 어딘가로 견인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킨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한 관객이 시적인 순간을 자주 만나는 방법에 대해 묻자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혼자 있는 건 하나도 이상하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혼자를 잘 경영하는 사람이 세련된 사람이다. 혼자인 순간을 즐기면서 모든 것들을 천천히 바라볼 때 시적인 순간이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