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약이 아닙니다” 저스틴 비버와 설전 벌인 의사
“음식은 약이 아닙니다” 저스틴 비버와 설전 벌인 의사
  • 한주희 기자
  • 승인 2023.09.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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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비버와 의사가 논쟁을 벌였다. 논쟁 주제는 ‘음식은 약인가, 아닌가’였다. 놀랍게도 ‘음식은 약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쪽은 저스틴 비버가 아닌 의사 쪽이었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는 2020년 8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바르고 건강한 음식은 정말 약이야”라고 적힌 이미지를 올렸다. 그는 “불안하거나 우울한 느낌은 대부분 식단과 관련 있어! 식단을 바꿔봐! 난 정말 효과 봤다고!!!”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저스틴 비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긴 글 [사진=저스틴 비버 인스타그램 캡처]
저스틴 비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사진=저스틴 비버 인스타그램 캡처]

이 게시물을 본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외과의이자 영국 영양협회 공인준영양사(ANutr) 조슈아 월리치는 저스틴 비버의 주장을 반박하며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겼다.

“이 글의 의도는 좋지만, 안타깝게도 상당히 해로울 수 있습니다. 음식은 많은 역할을 하지만 음식이 약은 아니지요. 음식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살아갈 에너지와 영양을 주지만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어떤 음식을 먹는다고 불안이나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정신 건강은 복잡한 문제인데, 이를 식품 선택 문제로 단순화하는 말은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일 이런 질병과 싸우는 사람들을 낙인찍게 됩니다. 혹 이 글을 읽고 ‘음식을 바꿨더라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없을 텐데…’ 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겠지요. 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잘하고 있어요. 변화를 시도할 능력과 세상의 특권을 다 가진 유명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마세요.”

[사진=저스틴 비버 인스타그램 캡처]
저스틴 비버가 조슈아 월리치의 댓글에 보인 반응 [사진=저스틴 비버 인스타그램 캡처]

저스틴 비버는 조슈아 월리치의 댓글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고 이렇게 쏘아붙였다. “이봐, 꺼져.” 1억4,400만명가량이나 되는 저스틴 비버의 팔로워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이 사건은, 조슈아 월리치가 『음식은 약이 아닙니다』라는 책을 내는 계기가 된다. 이 책에서 그는 음식이 약이라는 생각이 왜 잘못됐는지 조목조목 설명하며 세 가지 측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식품이 약처럼 극적인 치료 효과를 일으키는 경우는 애초에 특정 영양소가 부족해 증상이 생겼을 때 정도다. 둘째, 실험실 연구에서 특정 효과가 밝혀진 영양소가 식품 섭취 단계에서 그대로 효과를 내지 않는다. 셋째, 식이요법보다 의학 치료가 먼저 필요한 환자에게 오해를 조장할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조슈아 월리치의 주장에 공감하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저는 성인이 되어 심각한 피부 질환을 앓았습니다. 이차성 패혈증으로 사흘간 병원에 입원했던 것을 포함해 수많은 병원을 전전하며 진단과 끝없는 약물 치료, 국소 치료를 받았습니다. 절망과 불편함이 계속되는 긴 여정이었죠. 지금은 상태가 호전되었고 피부는 지난 3년보다 더 나아졌다고 느낍니다. 면역조절제인 메토트렉세이트 주사를 맞고 있기 때문이죠. 그 약이 없었다면 증상을 다스리는 데 스테로이드밖에 쓸 수 없었을 거예요. 이 여정을 1000000배쯤 힘들게 만들었던 건, 제 피부 질환을 치료하려면 유제품과 글루텐을 끊고 강황을 수 톤쯤은 먹어야 한다는 주변 사람과 인터넷의 (엄청나게 많은) 조언이었어요.”

더 나아가 조슈아 월리치는 음식은 약이 아닌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음식은 약이 아니라고 인정한다고 해서, 좋은 음식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둘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식습관과 같은 생활습관은 만성질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평생 먹어야 했던 약을 끊는 데 도움을 주는 일도 훌륭한 목표다. 아이러니하게도 음식과 약의 차이를 받아들이면 이런 목표가 훨씬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해진다.”

음식은 책이 아닙니다 저자 조슈아 월리치 [사진=조슈아 월리치 인스타그램]
『음식은 약이 아닙니다』를 쓴 의사 조슈아 월리치 [사진=조슈아 월리치 인스타그램 캡처]

다시 저스틴 비버 이야기로 돌아가서, 1시간 동안의 논쟁 끝에 저스틴 비버는 아주 조금이지만 뉘앙스를 바꾸는 쪽으로 글을 수정했다. “불안하거나 우울한 느낌은 대부분 식단과 관련 있어”라는 문장을 “불안하거나 우울한 느낌은 보통 식단과 관련 있을 수 있어”라고 고쳐 쓴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슈아 월리치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에게 ‘꺼져’라고 한 말은 욕이 아니라 그냥 농담이었어요.”

조슈아 월리치는 “음식이 약이라는 말은 대부분 의도는 좋지만, 이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며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으면 의도는 좋아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음식이 약이 아니라는 단순한 진실을 받아들인다면 ‘먹자마자 암세포 싹 다 때려잡는 최고의 음식’, ‘오렌지를 먹으면 유방암이 낫는다’ 등 쏟아지는 ‘영양 헛소리’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음식은 음식이다. 약은 약이다. 둘을 혼동하지 말자.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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