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짝사랑에 의해 탄생한 책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
지독한 짝사랑에 의해 탄생한 책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
  • 한주희 기자
  • 승인 2023.08.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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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화가 카라바조』를 받아 든 순간 크기에 압도됐다. 이 책은 좀처럼 보기 힘든 가로 24cm×세로 28cm의 대형 판형이다. 구매 시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카라바조 정물화 노트를 대보면 그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 카라바조의 작품 73점을 포함해 그와 영향을 주고받은 티치아노, 페테르차노, 미켈란젤로, 루벤스 등 129점의 작품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마치 책 한 권에 미술관을 통째로 담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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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와 카라바조 정물화 노트

지난 22일 열린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저자 고종희 교수는 이 책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책이 막 나왔을 때, 한길사 대표님과 편집 주간님이 계신 자리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첫 페이지에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 장 한 장 넘겼다. 종이가 내 살갗처럼 느껴지길래 무슨 종이냐고 물었더니 일반 화집에 쓰는 종이보다 네 배는 더 비싼 종이라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책에 사용된 종이는 고급 인쇄용지 ‘몽블랑’이다. ‘몽블랑’은 일반 인쇄용지에 비해 값이 많이 나가지만 빛 반사가 적고 질감이 부드러워 색감 표현에 탁월하다. 덕분에 검은색이 많은 카라바조의 그림이 잘 표현됐다. 제본 과정 중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그때가 하필 장마철인 탓에 검은 잉크를 말리느라 책이 늦게 나왔다고 한다.

[사진=한길사 인스타그램]
책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 내지 [사진=한길사 인스타그램 캡처]

아낌없는 투자 뒤에는 책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한길사 대표의 신조가 있었듯, 이 책의 뒤에는 미술사학자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현장에서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는 고종희 교수의 일념이 있었다. 그는 1980년 초 피사대학교 미술사학과의 근대미술사 수업에서 카라바조의 작품을 처음 접한 후로 카라바조에게 완전히 꽂혀 관련 책과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카라바조의 자료를 보이는 대로 구입했고 카라바조의 작품이 있는 미술관이라면 거의 다 찾아갔다.

고종희 교수는 현장탐사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시간은 되돌릴 수는 없지만 장소에는 갈 수 있다. 그곳에 가면 그가 만난 작가들과 작품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남부까지, 출생에서 사망까지 직접 발품을 팔며 카라바조가 거쳐 간 길을 따라다녔다. 그의 고향으로 알려진 카라바조, 도제 생활을 했던 밀라노뿐만 아니라 살인 후 피신처였던 팔리아노, 나폴리, 몰타, 시칠리아까지 모두 방문했다. 카라바조가 테러를 당한 체릴리오 식당 앞 골목도 직접 확인했으며 지역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자료를 모았다.

책은 카라바조의 이동 경로에 따라 서술됐다. 고종희 교수는 “이 책은 카라바조가 도제 생활을 시작한 밀라노의 페테르차노의 공방에서 시작한다. 페테르차노가 티치아노의 제자였고, 티치아노는 빛과 색채의 베네치아 회화를 완성시킨 대가이다. 그러므로 카라바조는 베네치아 회화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카라바조의 그림 스타일은 이미 도제 시절에 결정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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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희 한양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사진=한길사]

고종희 교수는 40년 동안 지독하게 카라바조를 짝사랑했다. 책의 첫 문장은 ‘이 책은 카라바조에 빠진 한 연구자의 결실’이다. 카라바조에게 꽂힌 이유를 묻자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딱히 이유가 없었다. 그저 이런 작품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완전히 파격적이었다”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카라바조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줬다. 성화에 매춘부, 집시, 부랑자를 넣는가 하면 정물화에 인간의 생로병사와 철학적, 신학적 의미를 입혔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목을 자르는 그림도 그렸다.

카라바조는 이탈리아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이기도 하다. 이탈리아는 미켈란젤로, 다빈치, 라파엘로 등 수많은 미술 거장 보유국이지만 카라바조의 작품을 한 점이라도 소장한 미술관은 십중팔구 그의 작품을 표지로 쓴다. 고종희 교수는 대중이 카라바조에 열광하는 이유를 ‘극적인 삶’에서 찾는다. 20대에는 미켈란젤로를 잇는 스타 화가로 떠오르며 로마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30대에는 테니스와 비슷한 공놀이를 하다 살인을 저질러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다. 이 밖에도 불같은 성미 탓에 온갖 범죄를 일삼았으나 악마의 재능 덕분에 계속해서 부유한 가문의 후원을 받았고, 도피 생활 중에도 주옥같은 그림을 남길 수 있었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그들의 가슴 속에 불멸로 자리한 카라바조의 매력이 무엇인지 친절히 안내하며 그 마성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카라바조의 그림이 왜, 그리고 얼마나 파격적인지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또한 카라바조의 이동 경로를 그린 지도, 활동 상황, 후원자, 주요 작품을 나타낸 연표가 수록돼 바로크 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마침 지난 6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품전에서 카라바조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당연히 포스터에는 카라바조의 그림이 쓰였다. 모처럼 딱 좋은 타이밍이니 책도 보고 전시도 관람하며 카라바조와 지독하게 사랑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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