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페미니즘은 미투 운동 이후 성차별적 사회 구조를 바꿀 이론이자 운동으로 부상했지만 곧 거대한 백래시가 이어졌다. “너 페미야?”라는 말에 담긴 페미니즘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와 더불어 진짜 페미니즘과 가짜 페미니즘, 진짜 여성과 가짜 여성, 페미니즘을 말할 수 있는 이와 말해서는 안 되는 이를 구분하는 배타주의가 떠올랐다. 1999년 등단해 꾸준히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문학비평을 써 온 심진경은 올바르고 순수한 페미니즘은 없으며, 다양한 입장과 정체성에서 나오는 ‘페미니즘들’을 긍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성적, 정치적, 경제적 지형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억압과 차별에 저항할 수 있을 때, 페미니즘 앞에 붙은 ‘더러운’이라는 수식어는 수치심이 아닌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는 단어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 더러운 페미니즘
심진경 지음 | 민음사 펴냄 | 376쪽 | 22,000원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