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글자로 불리는 사람’은 로마인들이 도둑(fur)을 지칭할 때 에둘러 사용하던 표현이다. 저자 파스칼 키냐르는 이 표현을 훔쳐 ‘독자’를 지칭하는 데 사용한다. 키냐르에 의하면 ‘문학’이란 인간이 온갖 경험을 소리 없이 훔쳐서 단어 혹은 기호의 형태로 환원시킨 망망대해 같은 변화무쌍한 공간이다. 우리가 키냐르를 읽는 행위 또한 그의 경험과 해박한 문화지식을 훔치는 일이다. 키냐르의 연작 기획물 ‘마지막 왕국’ 시리즈의 11권인 이 책은 ‘독자’와 ‘글 읽기’에 대한 담론이자 문학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한 문학 자체이다. 이따금 숨이 멎도록 아름다운 문장들을 만나게 되는 산문시 같은 철학적 에세이다.
■ 세 글자로 불리는 사람
파스칼 키냐르 지음 |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 278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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