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입 밖으로 내고 무대에 올리는 순간 사라진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기록하고 자료로 남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이야기를 책으로, 국립중앙극장은 시청각 자료 등으로 보존해왔다. 덕분에 우리의 옛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과 공연 자료를 한 데 모은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달 31일 국립중앙도서관·국립중앙극장 공동 기획 전시 ‘이야기, 무대에 오르다-도서와 아카이브로 보는 공연예술’이 개막했다.
1부에서는 노래하는 옛 이야기, 판소리를 소개한다. 가장 먼저 『심청전』 딱지본이 눈길을 끈다. 딱지본이란 1900년대 초 신식 활판 인쇄기로 찍어 발간한 책이다. 아이들 딱지처럼 표지가 화려하다 해서 딱지본이라 불렸다. 100쪽 내외의 분량으로 다른 책에 비해서 활자도 크고 가격도 저렴해 대중에게 인기가 많았다. 조명으로 일렁이는 바다를 표현한 ‘수궁가’ 무대 디자인과 토끼와 거북이 무대 의상도 전시해 재미를 더했다. 판소리와 판소리에서 발전된 창극의 포스터, 대본, 무대디자인 도면에서부터 판소리를 바탕으로 새롭게 서사화한 판소리계 소설까지 준비해 판소리의 발전 과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
2부에서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옛 이야기, 설화를 다룬다. 입으로 전승되는 만큼 설화에는 민족의 심성이 반영된다. 많은 예술가들이 이에 대해 연구한 결과 설화는 연극과 무용, 발레,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됐다. 실감나는 관람을 위해 당시 공연 영상을 곁들였다. 견우직녀 이야기가 최초로 발견된 중국 책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를 전시해 역사를 느낄 수 있게 했다.
3부에서는 국립극장이 설립된 1950년부터 수집된 공연예술 아카이브 자료를 공개한다. 비디오테이프, 필름 릴, 사진 앨범 등 공연 예술 기록물을 볼 수 있다. 1960~1970년대 국립 극장에서 선보인 여러 공연 포스터를 벽면에 한가득 붙여 과거에 얼마나 많은 공연이 열렸는지 한눈에 들어오는 공간도 있다. 이주현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장은 “공연 예술 기록물을 소실되지 않도록 간직하고 관리함으로써 후대의 사람들이 당시 공연 예술이 어땠는지 최대한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 31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개최된다. 오는 11월 14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는 국립중앙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열린다. 국립중앙극장에서 진행되는 전시에서는 미처 옮겨오지 못한 의상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무대 위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공연 예술 작품을 무대 밖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다양한 문학작품과 공연예술 기록물이 준비되어 있으므로 책과 공연 자료를 비교하며 관람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묘미가 될 것이다.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