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교사가 병든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발행인 칼럼] 교사가 병든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 방재홍 발행인
  • 승인 2023.08.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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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최근 교권 추락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 잇따랐다. 지난 6월 30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6학년 남학생에게 무차별 폭행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해당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며 공분을 산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지난달 18일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직 2년 차 1학년 담임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보도됐다. 정확한 배경은 수사 중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고인이 생전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추모와 더불어 폭언이나 폭력, 불합리하고 과도한 민원 등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지 못하는 시스템으로 교권 침해가 일상이 된 학교 현실에 분노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한 교육 관련 단체가 지난 4월 20일부터 28일까지 교사 11,37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교육현장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8.7명은 최근 1년간 교직 생활을 그만둘지 고민했고, 4명 중 1명은 최근 5년간 학생, 보호자 등의 교권 침해로 정신과를 찾았다. 응답자 97%가 교직 사회에 ‘담임 기피 현상’이 존재한다고 답했는데, 그 주요 원인으로는 ‘학부모 민원 부담’(32.98%), ‘학교폭력과 아동학대를 이유로 한 고소 위험성’(32.41%)이 꼽혔다.

과거에는 학교에서 체벌과 같은 학생 인권 침해가 빈번했지만,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으로 교실 문화가 크게 바뀌면서 교권 침해 역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어려워진 상황에 교사들을 폭력이나 악성 민원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법과 제도마저 미비하다 보니 과거 선호 직업으로 꼽히던 교사가 기피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가 겪는 특수한 어려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현직 교사이자 심리 치료 전문가인 저자가 초‧중등 교사 165명의 실제 사례를 다룬 책 『교사의 자존감』에는 교사들의 마음이 병드는 이유를 나열하고 있다.

책에서는 교사 집단의 심리 특징으로 ‘무력감’과 ‘죄책감’을 꼽는다. 교사들이 괴로워하는 순간은 ‘학부모, 학생, 관리자와 동료 교사들이 자신을 존중해 주지 않고 함부로 대할 때, 폭력과 폭언을 휘두를 때, 부당한 일을 겪고 억울한 상황에서 아무것도 표현하지 못하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낄 때’ 등이었는데, 이들의 응답에는 특히 “무력감을 느꼈다”는 표현이 많았다.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주변의 지지나 시스템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요즘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교사들이 직업적 사명감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은 것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는 듯하다.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할 땐 반쯤 형사처럼, 민원을 처리할 땐 콜센터 직원처럼 행동해야 하는데 형사나 콜센터 직원에게 주어지는 최소한의 방어권이 이들에겐 없다. 또한 속마음을 드러내기 힘든 직업 특성상 죄책감도 만만찮다. 교사 집단은 심리 치료 시 유독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로 감정을 분출하기 어려워했다고 한다. 평소 ‘교사란 완벽하고 단정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따라 행동을 제한받았기 때문이다.

교권 추락이 야기한 일련의 사건들로 촉발된 사회적 논의가 치열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학생 인권을 퇴보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학생 인권과 교권은 양립 가능한 개념이다. 성급한 조삼모사식 해결책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시간이 우선 필요하겠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건강한 정신의 본보기가 되려면 우리 모두 조금 더 따뜻한 눈으로 교사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도 말하듯, “교사의 자존감은 교사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며, 연결된 학생의 자존감이자 우리 미래의 자존감”이다. 교사들의 마음이 병든 사회에 건강한 미래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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