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이 숲을 파괴한다
튀김이 숲을 파괴한다
  • 한주희 기자
  • 승인 2023.07.3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때는 1990년, 식용유 수요가 폭증하는 추석을 앞두고 ‘식용유 대란’이 벌어졌다. 국내 식용유업체가 식용유 생산을 70퍼센트가량 줄인 것이다. 한때 남아돌던 식용유에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난 원인은 다름 아닌 사료 때문이었다.

콩에서 기름을 뽑으면 대두박이라는 찌꺼기가 남는데, 이 대두박은 사료의 핵심 원료가 된다. 식용유와 사료는 한 배에서 태어난 셈이다. 식용유업체들은 대두박을 사료업체에 판매해 양쪽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대두 100톤을 가공하면 식용유 17톤, 대두박 79톤이 생산된다. 대두박 매출이 식용유 매출의 1.5배 이상이니 생산량으로 보나 매출로 보나 대두박이 주산물이고 식용유가 부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당시 축산물 수입 개방으로 사료 수요가 감소하고, 값싼 대두박 수입 자유화로 인해 국산 대두박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창고는 대두박으로 가득 찼다. 결국 식용유업체는 식용유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식용유 대란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식용유와 사료의 긴밀한 관계를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채식하는 의사’ 이의철은 저서 『기후미식』에서 이러한 과정을 짚으며 아래와 같이 분석한다. "1971년 국내 최초의 대두 가공공장이 식용유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동물성 식품 섭취량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섭취량 변화 그래프를 보면 식용유 섭취량과 동물성 식품 섭취량이 거의 동일한 양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식용유를 생산하고 남은 대두박을 가축에게 먹여 키우고, 공장식 축산으로 대량 생산한 가축을 다시 식용유로 튀겨 먹기 시작하면서 식물성 식품 섭취량과 동물성 식품 섭취량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식물성 기름과 동물성 식품의 생산과 소비가 얼마나 많은 숲을 파괴하고 있는지 일깨운다. “2005년부터 2013년 사이 손실된 전 세계 숲의 41퍼센트는 소고기 생산을 위해, 13퍼센트는 식물성 기름 생산을 위해 사라졌다. 우리가, 특히 선진국 국민들이 지금처럼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기름을 섭취한다면,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식습관이 선진국처럼 바뀌게 되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숲의 대부분이 파괴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산림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기름 섭취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기름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음식은 튀김이다. 기름에 튀겨지는 것은 주로 소, 돼지, 닭, 생선과 같은 동물성 식품이다. 공교롭게도 튀김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치킨이, 일본인에게는 돈카츠가, 중국인에게는 탕수육이, 영국인에게는 피쉬앤칩스가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아이스크림도 튀겨 먹는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열대우림 파괴를 막고 기후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 다행히 기름과 동물성 식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맛있는 튀김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하면 기름이 필요 없고, 돼지나 닭 대신 버섯이나 가지를 쓸 수 있다. 물론 평소에 먹던 튀김에 비한다면 2% 부족한 맛일 수도 있겠지만, 고작 2%를 포기함으로써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 크게 남는 장사가 아니겠는가?

동물성 재료 대신 식물성 재료를 사용한 버섯 꿔바로우와 가지튀김 (왼쪽부터)
동물성 재료 대신 식물성 재료를 사용한 버섯 꿔바로우와 가지튀김 (위쪽부터)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