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세상 모든 동사를 불러 모았다. 동사는 움직이는 말이다.
움직이는 말에게 왜 움직이는지, 어디서 어디로 움직이는지 물었다. <5쪽>
동사에겐 감정이 없을까. 이제껏 우리는 동사가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
듣지 않았으니 따뜻함도 고요함도 명랑함도 볼 수 없었다.
동사가 내게 들려주는 말을 차곡차곡 듣다가 동사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생겼다.
딱 하나의 표정만 허락된 형용사보다 동사 네가 훨씬 자유로운 언어야. <11쪽>
사랑하다 - ‘사랑했다’를 하염없이 붙들고 있을 이유는 없다.
너무 늦지 않게 새로운 동사를 데려와 앉혀야 한다. <22쪽>
속이다 – 모든 속임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가장 솔직한 거짓말일 수도 있다.
싫은데 좋은 척하지 않았으니까. <27쪽>
견디다 – 흔들릴 때마다 나에게 질문. 오늘도 잘 견디고 있는가.
위기는 극복하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것이니까. <60쪽>
가다 - 인생은 가는 것. 누군가 내게 달려올 때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가는 것.
세상 모든 목마름은 물이 아니라 발이 치유한다. <192쪽>
떠나다 - 남다른 여행기를 쓰고 싶다면 내 집으로 떠나자.
가까운 곳일수록 소홀한 나에게 잠시 멈춰 생각할 기회를 주는 여행. <212쪽>
사람하다 - 나는 사람 노릇 하며 산다는 말을 ‘사람하다’라고 부를 것을 제안한다.
사람이라는 문제는 결국 사람이라는 답으로 풀어야 한다. <225쪽>
[정리=한주희 기자]
『동사책』
정철 지음 | 김영사 펴냄 | 228쪽 | 1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