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된 지 오래된 책이 미디어에 노출된 이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역주행 미디어셀러’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출간 15년 만에 베스트셀러 차트 상위권에 오른 책이 있다. 국내 최고의 몰입 전문가로 알려진 황농문 전 서울대학교 교수의 『몰입』(알에이치코리아)이다. 2007년 출간된 책이지만, 지난해 최고의 화제작 『역행자』 작가이자 인기 유튜버 자청이 올해 초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인생을 바꾼 책’으로 소개한 직후 예스24에서 15위를 기록했다. 현재까지도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주요 서점에서 종합 100위 이내에 머물고 있다.
『몰입』은 30년 가까이 연구에 몸담아 온 공학자이자 과학자인 황농문 교수가 ‘몰입’의 개념과 필요성, 방법 등을 집대성한 책이다. 심리학‧뇌과학적 몰입 이론부터 구체적인 실행법까지 쉬운 언어로 집필했다. 자청의 인생을 바꿨다는 ‘몰입’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중력의 법칙을 어떻게 발견했느냐는 질문에 뉴턴은 ‘한 가지만을, 그것 한 가지만을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아인슈타인은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99번은 틀리고 100번째가 되어서야 비로소 맞는 답을 찾아낸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어찌 보면 단순한 몰입의 핵심이 담긴 문장이다. ‘그들은 천재니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누구나 몰입을 통해 자신의 숨은 잠재력을 일깨워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아프리카의 초원을 거닐다가 사자와 마주쳤다고 하자. 이때는 이 위기를 어떻게 빠져나갈까 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을 것이다. 이 상태가 바로 몰입이다.” 인간은 모든 것을 잊고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 능력을 발휘하는 몰입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대부분 그 능력을 위기 상황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만 우연히 발휘하곤 한다. 때문에 업무나 학습 활동에서 몰입 능력을 사용하려면 의식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운동선수가 말하는 ‘물아일체’, 화가나 음악가가 말하는 ‘미적 황홀경’과 같은 몰입 상태로 들어가려면 한 가지 생각에만 몰두해 자다 깨서도 바로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일단 이런 상태에 이르면 큰 노력 없이도 스스로 원하는 만큼 몰입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책에서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마라톤을 뛸 수 없듯, 오랫동안 고도로 집중해 생각하기 위해서는 우선 단계적으로 생각 시간을 늘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통근 시간과 같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하루 20분간 한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해 그것이 익숙해지면 1시간, 종일, 7일, 한 달로 생각하는 시간을 늘려 가라는 것이다. 다만 극단적인 두뇌 활동인 몰입을 과도하게 지속하다 보면 정신과 신체 건강에 무리가 생길 수 있으므로, 매일 1시간 정도 땀 흘리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병행할 것도 강조하고 있다.
한편 몰입의 기술은 꼭 위대한 업적이나 대단한 성공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더 활기차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삶을 훌륭하게 가꾸어주는 것은 행복감이 아니라 깊이 빠져드는 몰입”이라며, 바람직하고 건강한 삶이란 “몰입에 의하여 일과 놀이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성공과 행복에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몰입 훈련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우리는 머리를 잠시도 비워 두지 않는다. 항상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다. 사람은 한 시간에 2천가지를 생각하고 하루 24시간 대략 5만가지를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오만가지 생각’이라는 말이 생겼다. 그러나 이것은 상념에 해당하는 ‘생각나기’이다. 이것은 내가 내 뇌의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고 의도되지 않은 상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자신이 뇌의 주인이 되어 문제에 대한 해결을 향한 체계적인 사고를 하는 ‘생각하기’를 해야 두뇌를 활용할 수 있고 지고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