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협, “표적 감사‧출판 정책 파탄” 문체부에 반발
출협, “표적 감사‧출판 정책 파탄” 문체부에 반발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7.25 13: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에서 열린 K-북 비전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에서 열린 K-북 비전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이 최근 서울국제도서전 운영 관련,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철호, 이하 출협)에 비리 의혹을 제기하자 출협이 반발하며 장관 해임을 요구했다.

출협은 지난 24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이 무능하고 시대에 뒤처지고, 대결적 사고에 빠진 박보균 장관을 하루빨리 해임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판계가 유례없는 불황 속 특히 학술 도서 매출 하락으로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가운데, 문체부가 이에 대한 제도적‧기술적 지원이나 예산 정비는커녕 출판계 ‘표적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우선, 박 장관이 “한심한 탈선의 행태가 발견되었다”며 “관계 당국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힌 서울국제도서전 운영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최근 십수 년간 서울국제도서전과 관련하여 문체부 담당관과 진흥원의 승인 없이 정산을 마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지난주 문체부 감사실의 출협 방문 감사 시에는 아예 관련된 모든 통장 자체를 공개했다”고 반박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출협이 주최하는 총 40억원 규모의 민간 행사로, 문체부는 약 7억7천만원을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박 장관은 출협이 문체부의 요청에 따라 통장 내역을 제출하면서 내역 일부를 지웠다는 점을 지적하며 “출협이 비협조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출협은 “정산 내역 확인을 위해 협회의 다른 거래 내역까지 모두 밝혀야 할 필요가 없음은 상식이다”라며 “출협은 문체부의 산하 기관이 아니다. 정부 지시에 민간 기관이 맹목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사고에 물든 관점이 아니라면 이런 발언은 하기 힘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출협은 외감기업법 수준의 감사를 이미 독립적으로 받고 있다. 박 장관이 숨겼다고 하는 내용도 이사회와 총회에 투명하게 절차에 따라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이 “‘국제도서전 수익금의 초과 이익 국고 반납 의무’가 있는데 출협이 하고 있지 않다”고 표현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해당 의무를 부과받은 적이 없고, 관련 법에도 나와 있지 않은 사항이라는 것이다. 출협에 따르면 서울국제도서전이 개최된 지난 26년간 문체부는 초과 이익 반납은 물론 수익금 상세 내역을 요구한 적조차 없다.

또한 출협은 도서전 진행 과정에서 박 장관이 “가장 중심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출협이 주최하는 만큼 출판인들이 중심이 되는 행사다. “처음에는 장관실의 요청으로, 다음에는 주빈국 샤르자 측의 보안상 요구라는 이유로, 나중에는 대통령 경호실의 요구라는 명목”으로 관행상 무리한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출협은 “이번 감사를 통해 회계 및 행정 절차에 있어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정비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감사가 끝나기도 전에 장관 주재의 간담회를 열고, 확인도 안 된 의혹으로 보도자료를 돌리며 형사 조사를 얘기하는 상황”이라며 “문체부 장관이 더 이상 대립과 갈등, 의혹의 증폭에 몰두하지 말고 문화 발전의 본령에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 외에 최근 문체부가 출판 정책 파탄으로 출판인들의 반발을 사고, 출판계 대표 기관에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줄줄이 감사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체부는 상반기 학술 분야 우수 도서 지원사업인 ‘세종도서’가 부실 운영되고 있다며 전면 개편을 예고했고, 출판인들은 가장 규모가 큰 출판 지원사업이자 학술 분야 양서 출간에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 온 ‘세종도서’ 예산 84억원을 깎기 위한 명분 만들기라며 반발했다. 출협에 따르면, 문학 분야의 유사한 지원사업인 ‘문학나눔도서’ 예산 64억원도 전액 삭감이 예정됐다.

문체부는 이후 ‘세종도서’ 운영 주체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과 더불어 ‘한국문학 번역출판지원사업’을 진행해 온 한국문학번역원(이하 번역원)에도 부실 운영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출협은 “결국 압력을 못 이긴 진흥원장은 장관에게 사표를 냈다. 번역원장도 끊임없이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지난 정권 시기에 임명된 인사들이다”라며 “문체부가 수백억씩 묶여 있고 낭비되는 예산은 보지도 못한 채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