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특구’ 걷어차는 마포구, 흔들리는 ‘K-북’ 뿌리
‘출판 특구’ 걷어차는 마포구, 흔들리는 ‘K-북’ 뿌리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7.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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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 플랫폼P에서 열린 북페어 ‘마포 책소동’ 현장. ‘모두의 플랫폼P’라고 쓰인 피켓 방명록에 방문객들이 연대의 메시지를 남겼다. ⓒ타별 [사진=플랫폼P 입주사 협의회] 

‘K-컬처의 바탕은 책, 세계 독자와 함께 도약하는 K-북’.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책 정책 비전이다. 몇 년간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문화 분야에서 한류 열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모든 문화의 근간이 되는 책 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를 위해 출판‧독서 생태계의 내실을 건강하게 다지도록 지원한다는 전체적 기조는 환영할 만했다.

하지만 실상, 최근 K-북은 그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안 그래도 종잇값이 크게 오르고 인쇄업이 쇠락함에 따라 출판 환경은 어려워져만 가는데, 책을 읽고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은 갈수록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서울시와 대구시는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작은도서관 예산 전액 삭감을 결정했다가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지역 커뮤니티 역할까지 톡톡히 하며 사립 공공도서관의 모범으로 평가받아 온 용인시 느티나무도서관은 올해 초 경기도의 갑작스러운 운영지원금 전액 삭감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출판인이 모인 ‘출판 특구’이자 독립서점 상권이 발달해 다양한 책 관련 행사가 열리는 마포구의 사정은 특히 심각하다. 지난해 신임 구청장 취임 이후 작은도서관 폐관 논란, 예산 삭감에 반대한 도서관장 파면, 책거리 폐지, 출판문화진흥센터(플랫폼P) 운영 파행 등 책 문화를 지원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축소하려는 듯한 독단 행정이 계속되고 있다.

“책하고 웬수 지셨어요, 박강수 마포구청장님?” 오죽했으면 조용한 출판인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을까. 물론 마포구에도 나름의 변(辯)이 있다. 바로 경제논리다. 작은도서관을 스터디카페처럼 만들면 마포구의 주요 대학 진학률을 높이는 데, 출판문화진흥센터를 구민만을 위한 일자리센터 성격으로 개편하면 취‧창업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식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근시안적인 판단이다. 마포구에 자생적으로 발달한 각종 예술 문화와 축제 등은 이미 전국의 예술가와 소비자가 마포구를 찾아와 경제 활동을 하고, 나아가 정착하게 하는 훌륭한 지역의 자산이다. 노력 없이 얻은 이러한 자산을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내쫓듯 몰아내고 그 자리에서 새로운 경제적 성과를 도모한다는 것은 경제논리에도 어긋난다.

또한 한류 열풍에서 볼 수 있듯 문화 사업은 돈이 된다. 요새는 여러 포맷으로 재탄생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원천 콘텐츠’로서 책의 가치가 더더욱 주목받는 추세다.

지난 5월 13일 플랫폼P에서 열린 북페어 ‘마포 책소동’ 현장. 이날 행사에는 약 1천명이 방문했다. ⓒ타별 [사진=플랫폼P 입주사 협의회]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구의회에서 플랫폼P 운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출판인들을 두고 “사무실을 싸게 임대해 달라고 요구하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와 같은 모욕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플랫폼P에 입주한 편집자이기도 한 정유민 작가는 이 발언에 대해 “구청장이 공공의 자산을 지원한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주 중요하게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비판했다.

플랫폼P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출판인들은 책 문화 중심지인 마포구에서 출판 지원이 위축되고, 공공적인 공간이 사라지면 다른 지자체에 나쁜 선례를 남길까 우려하고 있다. 마포구와의 갈등이 수개월째 지난하게 이어져 왔지만 상위 행정 기관인 서울시나 정부의 중재는 없었다.

“이 사태를 극복하려면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힘은 책을 읽지 않으면 길러지지 않는다.” 지난 17일 플랫폼P에서 열린 긴급 공개 간담회 ‘마포구 책문화를 지켜 주세요’에서 사회를 맡은 박초롱 출판사 딴짓 대표가 행사를 마무리하며 한 발언이다. ‘출판 특구’에서 배제된 출판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책의 가치를, K-북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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