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설렁 운동하는 직장인의 진짜 마음
설렁설렁 운동하는 직장인의 진짜 마음
  • 한주희 기자
  • 승인 2023.07.21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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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직장인 광기’라는 우스갯소리가 돌고 있다. 새벽에 토익 학원 갔다 오는 사람, 다 마신 커피 컵 바로 치우는 사람, 점심시간에도 일하는 사람 등 무서울 정도로 부지런하고 알차게 사는 직장인을 말한다. 여기에는 퇴근 후 운동하는 사람도 포함된다. 그런데 ‘광기에 찬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무서울 정도로 활기찬 직장인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 않은 직장인도 많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변두리의 마음』의 저자도 그렇다. 춘천에서 나고 자라 교사로 일하던 저자는 삼척에 있는 한 고등학교로 발령 나면서 50년 인생의 첫 독립을 하게 된다. 춘천에서 꾸준히 요가 학원에 다닌 만큼 삼척에 와서도 요가 학원에 등록한다. 처음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정을 중시하는 분위기에 낯설어하지만 점점 적응해 나간다. 요가 학원에서 학교 학생을 우연히 만나 학교에선 알지 못했던 학생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기도 한다.

저자는 ‘어설프고 꾸준히’ 운동하는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많은 직장인이 그렇듯 저자도 아파서 운동을 시작한다. “요가를 시작한 이유는 몸이 붓고 아파서였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어깨가 콕콕 쑤시고 크게 무리하지 않아도 몸이 부었다. 춘천 동네 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요가 학원을 보았고 들어가 문의를 하다가 등록을 해버렸다.”

막상 운동을 시작하면 짜증이 솟구친다. 회사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녹초가 됐으니 성질이 날 수밖에. “몸에 남은 힘이 있어야 운동도 할 수 있다. 직장에서 모든 에너지를 다 쓰면 운동을 할 에너지는 없다. 또 내 에너지를 초과해서 일한 후 운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강사님의 의욕만큼 따라가지 못해 미안해진다. “오늘은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선생님”

‘운동한 지 얼마나 됐어요?’라고 물으면 운동 경력을 줄여서 말하거나 어물쩍 넘겨버리곤 한다. 운동은 오래 했지만 못 하는 동작이 많아서다. 그렇다고 어려운 동작을 해내고야 말겠다는 불굴의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요가 4년 차지만 여전히 못 하는 동작들이 있다. (중략) 그렇다고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서, 이런 자세를 완성하고 싶은 욕심도 없다.” 누가 봐도 운동하는 사람의 몸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운동 4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가끔 인바디로 체지방을 측정하면 여전히 복부 비만이다.”

그렇게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 왜 꾸역꾸역 운동하러 가는 걸까? 저자는 고민 끝에 이런 결론을 내린다. “이런 날에도 저런 날에도 나는 요가 학원에 가려고 노력한다. 요가를 끝내고 집에 돌아올 때 날아갈 듯 가뿐한 날도 땅에 붙을 듯 몸이 처지는 날도 그저 간다. 짜증을 내며 몸을 움직이지 않을지언정 말이다. 이래도 저래도, 살아가는 일을 중단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역시 요가를 하는 일은 인생을 사는 일이다.”

어느새 운동이 삶의 활력소를 넘어 삶의 일부분이 된 것이다. 어쩌면 피곤에 찌들어도 기력이 남아있지 않아도 꼬박꼬박 출석하는 직장인이야말로 가장 운동을 사랑하는 부류일 지도 모른다. 실은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바빠서 오랫동안 운동을 가지 못할 때도 운동 생각을 하고 있다. 대부분 이런 마음을 꼭꼭 숨겨서 티가 안 날 뿐이다. 그러니 전국의 강사님, 코치님, 선생님, 관장님, 원장님, 트레이너님… 설렁설렁한다고 너무 노하지 마시라. 그리고 이거 하나만은 꼭 알아주시라. 이들은 보기보다 훨씬 더 많이 운동하는 순간을 고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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