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에 ‘디지털 마약에 중독되는 현대인들’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영상에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가 출연해 “결론적으로 숏폼 영상들은 보시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숏폼(Short Form)은 말 그대로 짧은 동영상을 뜻한다. 평균 15~60초, 최대 10분을 넘기지 않는 동영상 콘텐츠다.
영상은 점점 짧고 자극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정 교수는 “넷플릭스보다 유튜브에 더 짧고 자극적인 영상이 많았고 유튜브보다 틱톡에 짧고 자극적인 영상이 많았다. 틱톡이 올라오니까 유튜브는 쇼츠를 만들고 인스타그램은 릴스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TV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1박 2일’을 연출한 나영석 PD는 “요즘 프로그램은 너무 길다. 한 편이 70분~90분 한다. 대하드라마 같다”며 6개의 숏폼으로 구성된 예능을 선보였다.
펜타닐만 초강력 합성 마약이 아니다. 숏폼도 뇌를 망가뜨린다. 정 교수는 저서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에서 짧고 자극적인 영상에도 중독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독을 이해하려면 먼저 도파민에 대해 알아야 한다. 도파민은 우리가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행동을 할 때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뇌에는 도파민 수용체가 있는데, 도파민이 과잉 분비되면 이 수용체의 감도는 점점 떨어지고 더 큰 자극을 찾게 된다. 이렇게 도파민 수용체가 고장 나면 인간의 뇌는 점점 늙는다. 결국 일상에서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하게 하는 마약 중독자의 뇌처럼, 짧고 자극적인 영상로 인해 손상된 뇌는 스마트폰 밖 세상을 흑백으로 보이게 한다.
과거에는 독서, 산책 등도 충분히 보상을 주는 활동이었다. 이제는 이러한 활동에서 쉽게 만족감을 얻을 수 없게 됐다. 쇼츠, 릴스, 틱톡과 같은 도파민 자극제가 끊임없이 시장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영상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여러 앱은 기업들이 무수히 AB 테스트를 반복해서 사람들이 더 오래 앱에 체류하고 광고를 많이 보게 하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개발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심리학 박사들과 엔지니어들이 함께 일을 하기 때문에 숏폼의 덫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다”라며 경고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도 펜타닐을 한번 맞으면 헤어 나오기 매우 어렵듯이, 숏폼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멈추기 쉽지 않다.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것이 답이겠지만 늘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 현대인이 숏폼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정 교수는 저서에서 ‘도파민 리모델링 일지’를 써보라고 권유한다.
“도파민 리모델링을 하는 데는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며칠 내에 악순환의 고리가 약해지는 것을 느끼고, 2~3주면 일상에 변화가 꽤 생기며, 2~3개월이면 인지와 정서, 체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변화가 생긴다”
자신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들고 스크롤을 시작하고 있다면 잠깐 멈추고 내가 어떤 기분과 상황이었는지 기록해 보자. 내가 유독 어떨 때 중독에 취약한지 알 수 있고, 내 마음을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뇌의 노화를 늦출 수 있다. 잊지 말자, 숏폼은 소중한 당신의 뇌와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