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의 별’ 지소연이 꿈꾸는 ‘대이변’, 그 속뜻은…
‘여자축구의 별’ 지소연이 꿈꾸는 ‘대이변’, 그 속뜻은…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7.1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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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축구대표팀 평가전 한국 대 아이티 경기. 장슬기가 역전골을 넣자 한국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월드컵에서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4위를 한 모로코처럼) 대이변을 일으키겠다.”

여자축구 간판스타인 지소연(32·수원FC 위민)이 오는 20일 개막하는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을 앞두고 야심차게 밝힌 포부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지난 8일 오후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이티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2:1 승리한 뒤 연예인 공연을 포함한 성대한 출정식을 치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수장인 박보균 장관과 ‘여자 역도의 전설’ 장미란 2차관, SBS 여자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출연진 등도 참석해 격려했다. 9,127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가운데, 지소연은 “많은 관중 덕분에 행복하게 경기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평가전은 역대 두 번째이자 10년 만에 서울에서 열린 여자 A매치였기에 더욱 특별했다. 남자 A매치가 서울에서 주로 열리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지원과 관심이 적었던 여자 대표팀은 국내 A매치 자체가 흔치 않았다. 열리더라도 고양, 용인, 화성, 수원 등 서울 인근에서 주로 개최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16일 “여자 대표팀의 사기 진작을 위해” 이번 평가전 개최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월드컵은 지소연‧조소현 등 이른바 ‘황금세대’ 선수들이 발을 맞추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아 특히 주목받고 있다.

“저희가 메이저 대회에서 정말 큰 성과를 내서 국민적인 관심을 팍 터트리고, 그 분위기가 잘 이어지도록 경기 시간도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올 수 있게 조정되고,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하게 되면 지금보다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지소연이 최근 펴낸 인터뷰집 『너의 꿈이 될게』(클)에서 발췌한 발언이다. 그가 출정식에서 언급한 ‘대이변’이라는 표현은 월드컵에서의 좋은 성적뿐 아니라 그것을 기점으로 한 여자축구 전체의 부흥과 저변 확대라는 원대한 꿈을 가리키고 있었다. <골 때리는 그녀들>처럼 여성 팀 스포츠를 긍정적으로 그리는 미디어가 늘어나면서 여자축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과거에 비하면 높아졌다. 그러나 국민적 사랑을 받는 남자축구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소연 ⓒ책 『너의 꿈이 될게』 [사진=클]

영국의 명문 구단 첼시 FC 위민(이하 첼시)의 에이스로 총 13번의 우승을 이끌었던 지소연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른 국내행을 선택했다. 한국 여자축구 부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지난해부터 WK리그에서 뛰기 시작한 그는 “아직까지 인조 잔디 구장에서 경기를 한다든가 경기를 뛴 다음날에 바로 경기를 하는 등 선수가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더라며 상상 이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놀랐다고 한다. 딱딱한 인조 잔디나 경기 후 최소 휴식 시간(영국의 경우 48~72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환경은 부상의 위험을 크게 높인다.

국내 최상위 여자축구 리그인 WK리그는 남자 3‧4부 리그(K3‧K4)와 같은 세미프로 체제로, 일부 신인 선수 연봉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물론 ‘축구는 남자들의 스포츠’라는 고정관념과 그에 따른 상업성의 차이로 남녀가 불균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다가오는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총상금은 약 1,988억원으로 역대 최고 금액을 기록했으나, 이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총상금 약 5,750억원의 절반조차 되지 않는다.

다만 WK리그와 비슷한 시기 창설된 영국 여자축구 리그(WSL)는 남자 리그와의 연계 등 체계적 시스템 구축과 투자를 통해 빠른 속도로 산업적 성장을 이뤘다. 2018년부터 프로 리그로 전환됐고, 인기 경기엔 수만 명이 몰릴 정도다. WK리그 평균 관중은 수백 명 단위에 불과하다. 이렇듯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선수들도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내내 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자연스레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웠다는 지소연은 은퇴 후의 진로로 행정가를 염두에 두고 있다. 여성 지도자가 되어 또 한 번 편견을 깨고 싶기도 하지만, 우리 여자축구의 전반적 환경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서다.

척박한 조건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수많은 어린 여자 선수의 꿈이 된 그는, 역설적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은퇴 후에는 ‘지소연 상’을 만들거나 유소년 장학금‧물품 지원을 늘려 좋은 선수를 배출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한다. “힘들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돈이 없어서 기회조차 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남녀 구분 없이, 모든 선수가 동등하게 축구하면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는 것. 지소연이 꿈꾸는 ‘대이변’의 종착지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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