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맞아 자라, H&M, 유니클로 등 다양한 SPA브랜드의 할인경쟁이 예고된다. SPA브랜드 하면 바로 ‘패스트패션’의 선두주자. 패스트패션은 최신 유행을 반영한 상품을 빠르게 공급해 상품 회전율로 승부하는 패션을 뜻한다. 일반 의류업체들은 계절별로 신상품을 선보이곤 하지만, 패스트패션 업체들은 보통 1~2주일 단위로 신상품을 선보인다. 빠르면 3~4일이나 하루 만에 상품이 교체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패스트패션의 가장 큰 강점은 저렴한 가격으로 유행 상품이 끊임없이 업데이트된다는 점이다. 적은 돈으로도 쉽게 유행을 따라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누구나 패셔니스타를 꿈꿀 수 있게 만드는 것도 강점 중 하나다. 고객 입장에서는 너무나 좋은 패스트패션. 그러나 과연 좋은 점만 존재할까.
『패스트패션 패션의 민주화, 그 후』의 저자인 유레카 편집부는 패스트패션의 이면에 대해 이야기한다. 패스트패션은 사실 소비자들의 의류 소비 장벽을 무너트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패스트패션에 중독되면 어느덧 옷장은 한창 유행인 옷들과 유행이 지난 옷들이 섞여 포화상태. 그로 인해 소비자들은 쉽게 옷을 처분하기도 한다. 몇 번 안 입은, 혹은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이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에 버려지는 폐의류는 8만2천톤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수치며 여기서 버려지는 의류들이 소각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다이옥신 등 각종 유해물질은 지구온난화를 유발시킨다.
환경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는 패스트패션. 그러나 이를 과연 SPA브랜드만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패스트패션은 싸게, 빠르게, 많이 팔아야만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기에 최대한 많은 물량을 값싸게 팔아야 이익이 남는다. 그들은 옷을 강요하거나 강매하지 않는다. 선택과 구매는 오로지 소비자의 몫. 그렇기에 저자는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슬로 패션’을 제안한다. 슬로 패션은 유행에 신경 쓰지 않고 좋은 소재의 옷을 오래 입는다는 뜻으로 패스트패션의 대항 개념이다. 옷이 노화되면 수선하거나 리폼해 지속적으로 착용하고, 더 이상 입지 않을 때는 교환, 재판매, 대여 등의 방법으로 옷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모순적이지만 패스트패션을 이끄는 주역인 SPA브랜드들 다수가 슬로패션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H&M은 2013년부터 의류 종류와 브랜드에 관계없이 매장에서 헌 옷 수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기증된 의류는 다시 입을 수 있을 때는 재착용, 입지는 못하지만 걸레 등 다른 제품으로 사용 가능할 때는 재사용, 재사용하지 못할 때는 원사나 자동차 부자재 등으로 재활용된다. 유니클로 또한 고객들이 입지 않는 유니클로 옷을 기증하면, 전 세계의 난민을 비롯한 옷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의류 재활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 필요하다. 유행은 결국 돌고 도는 법. 지금 옷장에 있는 옷이 또 언제 유행할지 모른다. 정말 안 입을 것 같은 옷, 못 입을 것 같은 옷도 기부와 재활용을 고려해보자. 그것이 환경을 생각하며 똑똑한 소비자가 될 수 있는 길이다.
[독서신문 장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