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상승에 따라 영화표 값이 올라가면서, 관객들의 영화 선정 기준 또한 다소 까다로워졌다. 주말 오후 기준 1만 5천 원을 내야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 이제 심심하거나 시간이 남아서 영화를 보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아울러 OTT가 대중화되며 집에서 쉽게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완벽하게 관객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흥행영화는 남의 집 얘기다.
그렇기에 영화 홍보, 마케팅 업종의 역할이 커졌다. 홍보 마케터들은 영화를 흥행시키기 위해 관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관심을 얻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기획한다. 그러나 이들 외에도 영화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직업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영화 평론가’. 극장에서 영화 한 편 보는 데 신중해진 지금, 관객들은 평론가들의 평가를 참고해 영화를 결정하곤 한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영화 평론가 중 한 명을 꼽자면 이동진이 떠오른다. 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블로그와 왓챠피디아를 참고해 영화관람을 결정한다. 아울러 그가 별점 5점을 준 영화는 화제가 되기도 하며, 흥행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
그가 영향력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의 관객들은 이동진 평론가를 선호하는 이유로 ‘글을 잘 쓰기 때문’이라 말한다. 다소 단순한 이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글로 사람을 사로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풍부한 영화적 지식,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공력,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논리까지. 짧은 글로 이 모든 것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동진은 이 세 박자를 고루 갖춘 인물이다.

과거 기자로서 일해오던 경력을 바탕으로 그의 글은 탄탄한 짜임새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기자라고 해서 모두가 이동진처럼 글을 쓸 수는 없는 법. 애독가로 알려진 그의 글에는 ‘독서’라는 기초 자양제가 넉넉히 깔려있다.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위즈덤하우스)은 그런 그의 독서에 대한 애정이 잘 드러나 있다. 그는 2만 3천여 권의 장서를 가진 애독가로 독서에 대해 단 한 번도 싫증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한 번도 싫증을 느껴본 적이 없는 그답게 그의 독서 습관은 시간이 나면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을 읽을 시간을 정해두면 부득이 다른 일이 겹칠 경우, 독서가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의 손에는 언제나 책이 들려있다. 책을 손에 들고 있다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도 책을 펼칠 수 있으니까. 아울러 집 안 곳곳 식탁 위나 침대 옆, 화장실에도 책을 두며 언제든 독서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한다.
그가 이토록 독서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재미’다. 누군가는 독서를 따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동진에게 독서가 재밌는 이유는 ‘재미의 진입 장벽’ 때문이다. 그는 “몸에 안 좋고 정신에 안 좋은 재미일수록 처음부터 재미있다”고 말한다. 게임 같은 경우는 시작함과 동시에 바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독서는 단숨에 재미를 느낄 수 없다. 책을 읽으며 어느덧 이해하고 해답을 찾고 결말을 맞이하는 과정, 그 과정 끝에 재미가 있는 것이다. 이동진은 재미의 단계로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독서를 좋아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그렇다면 과연 독서를 많이 하면 이동진처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그는 다독과 글쓰기의 상관관계에 대해 “정비례하지는 않으나 비례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예시로 자신을 내세운다. 과거 자신의 글과 지금의 글은 차이가 큰데, 타고난 글쓰기 실력이 같다면 결국 필력의 성장은 독서의 결과라는 것이다. 영화 평론가로서 이름을 알린 그, 독서를 성공의 디딤돌이라고 꼽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그의 곁에도 역시 책이란 존재가 무겁게 자리하고 있다.
[독서신문 장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