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이 있다. 프랑스에는 영화, 일본에는 출판, 스웨덴에는 음악. 문화별 강국의 이미지가 있으며, 그에 따른 국가의 자부심과 지원 또한 상당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봉준호 감독이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K-POP 아이돌이 빌보드 차트 순위에 진입하는 한편, 1년에 5만 권이 넘는 책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 이 정도면 문화예술 강국으로서 손색이 없다. 여기에 다른 나라보다 유독 뛰어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웹소설’. ‘웹소설’만큼은 그야말로 세계 최강국이다.
특히 카카오페이지, 네이버 시리즈 등 웹소설 플랫폼의 활성화는 독자들의 접근성을 키웠다. 물론 아무리 웹소설이 활성화됐다고 해도 순수문학과 비교하여 탄탄하지 않고, 오로지 재미만을 위한 ‘서브컬쳐’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독자들의 관심을 고려하면 섭섭한 이야기다.
지난 5월 4일.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이던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이 완결됐다. 일명 ‘데못죽’이라고도 불리는 이 웹소설은 총 644화로 완결됐으며, 누적 조회수는 4억 회를 넘겼다. 우리나라 인구가 8번씩 봐야 하는 조회수를 기록한 것이다. 인기에 따른 팬덤과 다양한 콘텐츠 IP도 만들어졌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이 만들어지고, 카카오톡 이모티콘과 여러 굿즈들이 양산됐다. 아울러 완결기념 팝업스토어가 열리면서 일주일 만에 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방문하는 쾌거를 보여줬다. ‘데못죽’ 이외에도 ‘전지적 독자 시점’, ‘내가 키운 S급들’, ‘재혼 황후’, ‘화산귀환’ 등 여러 웹소설이 인기를 누리며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 이제 웹소설을 문학으로 보지 않으면, 한국문학계는 손해라 말할 정도다.
국가에서도 웹소설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문체부는 웹소설 신진 인력을 양성한다고 밝혔다. 웹소설 작가와 PD를 양성하기 위해 올해는 30명, 내년에는 60명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펼치고 번역·감수 인력도 새롭게 지원한다. 또한 웹소설 분야 산업통계를 구축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정례화해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지원정책의 토대로 삼는다고 한다. 웹소설의 유통 사업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번역가들의 일자리도 창출됐다. 한국에서 웹소설은 어느덧 ‘효자’다.

작가보다 웹소설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많아지는 현재. 매년 대한민국 국민들의 독서량은 줄어들지만, 웹소설은 그렇지 않다. 웹소설의 인기 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웹소설 탐구』의 유정원 저자는 책을 통해 웹소설이 성공한 이유에 대해 말한다.
먼저 웹소설 산업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산업들과 비교해 물리적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작가와 플랫폼만 존재하면 된다. 초기 투입 비용이 매우 적기 때문에 웹소설은 진입 장벽을 높게 세우지 않는다. 책이나 영화와 같이 기본적으로 일정 돈을 써야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과 다르게 웹소설은 무료로 공개하는 경우가 많아 독자들의 접근성을 높인다.
아울러 저자는 웹소설의 중점은 ‘카테고리’라 말한다. 웹소설의 카테고리는 방대하다. 로맨스, 판타지, 무협과 같은 전통적인 장르에도 무수한 하위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예를 들면, 로맨스 장르는 일반 로맨스, 현대 로맨스, 19금 로맨스, 역사 로맨스 등으로 구분하고, 판타지 장르는 게임판타지, 헌터물, 재벌물, 스포츠물, 연예계물, 요리물 등 다양하다. 또한 무협 장르는 전통 무협, 퓨전 무협, 무협 판타지 등으로 세분됐다. 웹소설 플랫폼은 독자의 트렌드를 잘 파악해 게시판에 새로운 장르 카테고리를 만들고 작가나 독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분류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쉽게 카테고리만으로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소설을 찾을 수 있다.
웹소설을 통해 모바일 기기로 독서 매체가 바뀌면서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사용자에 따라 배경색, 글자색, 자간 등을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어 가독성을 높인다. 이는 독자들이 퇴근길이나 잠깐의 쉬는 시간 등 틈틈이 독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결론적으로, 웹소설은 소설 특유의 재미도 있지만 웹소설을 이루는 플랫폼과 서비스 구조가 성공요인인 셈이다. 시대에 따라 예술의 환경도 독자의 선호도도 바뀌기 마련이다. 독자의 입맛을 ‘취향저격’한 웹소설, 한국문학계에 새로운 문학 형태로서 자랑스러운 막둥이 역할을 계속 맡아주길 기대한다.
[독서신문 장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