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마을에 하나뿐인 이상한 빨래방
[책 속 명문장] 마을에 하나뿐인 이상한 빨래방
  • 장서진 기자
  • 승인 2023.06.21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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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빨래방 부지를 찾으러 호천마을을 포함해 산복도로 여러 마을을 직접 돌아다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던가. 마을들을 볼 때마다 번듯한 대로변 건물보다는 자꾸 ‘빈집’, ‘폐가’가 눈에 들어왔다. 낙후된 산복도로의 모습을 대변하는 공간이다. 언론에서는 잊을 만하면 산복도로 마을들의 빈집, 폐가 비율을 보도하곤 한다. 숫자나 통계 말고 진짜 그 공간과, 그곳에 녹아 있는 의미를 빨래방을 통해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8쪽>

“삼촌들이 이래 영상으로 우리 찍어 준 거 나중에 보면 ‘그때 할머니들 참 젊었지’ 할 기야, 아마.”
우리의 기록이 어머님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인 ‘오늘’을 남기는 일이었구나. 이제야 어머님들이 영상을 찍을 때면 항상 카메라에 대고 “예쁘게 찍어 줘”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137쪽>

빨래방이 문을 열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우리가 마을과 주고받는 일이 하나둘 늘어날수록 빨래방에는 음식과 웃음, 관심과 사랑이 피어났다. 빨래는 마을과 우리를 이어 주는 가장 중요한 매개지만, 그것만이 우리를 연결하는 건 아니었다. 우리는 따뜻한 냄새가 나는 사람과 사람이었다. 산복도로를 취재하려고 간 것이 아니라, 일단 함게 살아 보자고 생각했던 우리의 진심은 다행히 정답이었다. <149쪽>

기자의 역할은 새로운 팩트와 기사를 발굴해 내는 것이다. 거의 맞는 말이다. 하지만 있는 정보나 내용을 색다르게 또는 잘 정리해서 독자들 입맛에 맞게 큐레이팅 또는 재해석하는 것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지역 신문에서 더욱 그러하다. 지역의 이야기는 전국 독자들에게 쉽게 닿지 못하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기사로만 소모되기 십상이다. 지역에 뿌리내린 언론이라면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재미있게 포장해야 한다. 이런 생각은 산복도로라는 지역의 가치 있는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이고 싶다는 산복빨래방 기획의 토대가 되었다. <214~215쪽>

[정리=장서진 기자]

『세탁비는 이야기로 받습니다, 산복빨래방』
김준용, 이상배 지음 | 남해의봄날 펴냄 | 256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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