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의 임원을 따라갔는데 그 임원이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어느 차장급 후보자의 이력서를 검토하다가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왜 퇴사했냐고 이유를 물었더니 이처럼 대답했습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후 줄곧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여 지루함을 느끼던 후보자는 한창 잘 나가는 중견 제조업체로 먼저 옮긴 임원의 권유에 큰 고민 없이 합류했습니다. 평소 믿고 따랐던 존경할 만한 임원을 모시고 핵심 역할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마음에 들었고 연봉도 꽤 올라 망설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임원은 대표이사와 사이가 틀어져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하여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동반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전 직장 선배가 추천하여 같은 부서에 입사했는데 바로 얼마 후에 그 선배가 다른 회사로 이직했어요.”
어느 대리급 후보자와 전화 상담하면서 이직 사유를 묻자 이렇게 한숨 섞인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자기와 같이 일하자며 입사를 권했던 옛 선배한테 인간적으로 배신을 당했다면서 씁쓸해했습니다. 짐작하건대 그 선배는 이직하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지만, 후임자를 데려오라는 회사의 압력에 전 직장 후배를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후배의 불이익쯤이야 가볍게 생각하는 양심 없는 족속입니다.
이런 사례 외에도 팀장을 따라 이직했다가 신규 사업이 돌연 취소되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자신의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아끼는 후배를 데리고 왔지만, 후배를 잘 챙겨주지 못하고 자의 반 타의 반 퇴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방관하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방법은 대체로 사내 공모, 사내 추천, 공개 채용, 헤드헌팅의 순서대로 이루어집니다. 두 번째 채용 방법인 사내 추천을 통한 경력직 채용은 신입 공채가 줄어들고 수시 채용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에 따라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내 직원이 추천하는 후보자는 1차 검증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채용 과정을 거쳐 최종 합격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공개 채용보다 비교적 손쉽게 우수 인재를 영입할 수 있어 회사에서도 선호하는 채용 방법입니다.
최근 추천 지원자가 입사하면 소정의 추천 보상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회사들이 많아졌습니다. 구인난이 심각한 IT서비스 분야에서는 우수 개발자 영입 전쟁이 벌어져 추천 보상금으로 1,000만 원을 걸고 사내 임직원 인재 추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인사팀 입장에서는 공개 채용보다 사내 추천 인재가 합격 가능성이 높고 훨씬 빠르며 비용도 아낄 수 있어 일석삼조입니다.
사내 임직원 추천 제도는 입사 지원자에게도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회사의 채용 과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서류 전형에 대한 각종 정보와 팁을 얻어 입사 지원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으며, 면접 요령과 합격 비결 등을 사전에 듣는 등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사례처럼 사내 추천으로 입사했다가 큰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흔히 인맥이 많다고 하면 각 분야별로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자랑하지만 서로 간에 깊은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좋은 우연을 불러일으키기 어렵습니다.
계획된 우연, 즉 좋은 우연을 좋은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넓은 인맥과 깊은 신뢰 관계를 동시에 가져야 합니다. 온갖 모임에 참석하여 명함을 돌리고 지인이 많이 생겼다고 해서 과연 넓은 인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고 속마음을 나누는 소수의 친한 친구만 사귄다면 좋은 우연이 자주 생길까요?
넓은 인맥과 깊은 신뢰 관계를 두루 갖출 수 있는, ‘지인 이상, 친구 미만’의 동료가 많을수록 좋은 우연이 많이 찾아오게 됩니다. 동료는 모든 인격을 서로 깊이 이해하고 있지는 않지만 서로 어떻게 일하는지 겪어봤고 일하는 자세나 태도를 잘 알고 있는 친밀한 사이를 말합니다. 직장 동료뿐 아니라 나이와 상관없이 일과 연관되어 있는 모든 사람을 일컫습니다.
내 휴대폰에 수천 명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어도 막상 편하게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은 최대 150명을 넘지 않는다는 ‘던바의 수’를 헤아려 볼 만합니다. 그중에서 가족과 친구, 지인을 제외하면 신뢰할 수 있는 동료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그 동료가 추천하는 회사라면 일단 믿고 지원해도 괜찮겠지요. 적어도 이용하거나 속이지는 않을 테니까요.
■ 작가 소개
조환묵
(주)투비파트너즈 대표이사 & 헤드헌터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IT 벤처기업 창업, 외식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경력을 거쳐 헤드헌팅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터득한 직장인의 경력관리와
이직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서로는 『당신만 몰랐던 식당 성공의 비밀』과 『직장인 3분 지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