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월 최대 70만 원씩 5년간 적금하면 최대 5,000만 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가 지난 15일 출시됐다. 청년도약계좌는 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청년들의 중장기적 자산형성을 위해 만들어졌다. 최소 40만 원에서 최대 70만 원 한도까지 매달 일정 금액을 5년간 납입하면 정부 지원금과 은행 이자를 더한 금액을 만기 시 수령할 수 있다. 신청 대상은 만 19세부터 34세까지의 청년으로 표면적으로만 보면, 청년들이 목돈을 모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문제는 과연 5년간 꾸준히 납입이 가능한지다. 최대 70만 원이라는 납입 금액은 청년들에게 다소 부담스러운 금액. 꼭 70만 원이 아니라 더 적은 금액을 납입하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에게는 40만 원이나 70만 원이나 부담스러운 건 매한가지. 아울러 앞서 2022년 2월 출시된 ‘청년희망적금’에 대한 사례도 있다. 청년희망적금 또한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위해 개설된 적금으로 최대 납입금 50만 원씩 2년간 적금하면 원금 1,200만 원에 이자를 100만 원가량 형성할 수 있는 적금 상품이다. 그러나 작년 기준 청년희망적금의 중도해지율은 15.8%로 나타나며 ‘청년절망적금’이라는 은어도 생성됐다. 사회초년생들에게 고정적인 50만 원은 희망이 아닌 절망이라는 것이다. 현재 50만 원조차 꾸준히 넣기 힘든 것이 청년들의 현실.
2년도 힘든데 5년이라니, 이는 당장 현실도 불안한 청년들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다. 아울러 여건이 돼 신청하더라도 언제 급한 돈이 필요해 해지할지 모르는 상황. 중도해지를 하면 정부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은 물론 이자 대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그렇기에 금융당국은 청년들의 장기적금 해지를 막기 위해 적금담보대출 운영을 활성화하고 햇살론 유스 대출 시 우대금리를 부여하는 등 계좌 유지를 위한 지원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 한다. 이는 결국 대출을 통해 적금을 유지하겠다는 소리. 남의 돈을 빌려 내 목돈을 만드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러나 이런 장기적금을 제외하면, 청년들이 목돈을 만들 방법도 없는 것이 현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 이후 ‘5포 세대’, ‘7포 세대’를 넘어 셀 수 없는 ‘N포 세대’인 현재, 「푼돈을 목돈으로 만드는 생활의 기술」의 구채희 저자는 단숨에 목돈을 만드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의 절약으로 돈을 모으는 방법을 전한다.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가계부는 돈을 모으는 데 아주 중요하다. 의외로 많은 직장인들이 한 달에 얼마를 생활비로 지출하는지 모른다. 한 달 동안 버는 소득에서 얼마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지출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합리적인 예산을 세워야 한다. 만일 가계부를 매일 쓰는 것이 힘들면 일주일에 한두 번만 써보는 것도 좋다.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계부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 가계부의 기본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쓰는 데 있다. 자신의 소비패턴에 따라 3~4일에 한 번만 가계부를 쓰되, 탄력이 붙으면 간격을 좁혀가면 된다.
또한 부가 설명 없이 간단하게 쓰는 것도 필요하다. 장을 봤다면 식재료 항목을 일일이 기록하는 것보다 ‘식비 10만 원’, ‘장보기 7만 원’처럼 묶어 쓴다. 가계부를 통해 파악하려는 것은 식재료 가격이 아닌, 식비가 차지하는 비용이다. 세세한 기록보다 주거, 식비, 통신비, 자동차, 보험료 등 전반적인 큰 지출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가계부를 채워 한 달이 지나면, 스스로 월말정산을 해보면 된다. 지난 한 달간 지출이 가장 많은 항목은 무엇인지, 더 줄일 수 있는 항목은 없는지 스스로 점검한다. 이후 지출 많은 항목에 5%를 줄여나가며 목돈을 모으는 것이다.
아울러 일상에서 목돈을 모은 데 방해요소가 있으니 바로 ‘병원’이다. 똑같은 감기로 내원해도 병원 규모와 방문 시기에 따라 진료비가 달라진다. 병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내는 초진 진찰료는 두 번째 방문부터 적용되는 재진 진찰료보다 약 30%가량 비싸다. 이는 의사가 최초로 환자의 질병을 판명하는 초진의 난이도가 재진보다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을 여러 곳에 방문해 치료하는 것보다 한곳을 고정적으로 방문해 치료하는 편이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 단, 만성질환은 90일 이내, 일반질환은 30일 이내에 방문해야만 재진 진찰료가 적용되니 기간에 유의하자.
또한 가벼운 질병이라면 되도록 병원 규모가 작은 곳을 가는 게 좋다.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진찰료를 제외한 환자 부담금은 동네 의원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방접종은 되도록 보건소를 이용할 것을 권한다. 지역 보건소를 활용하면 무료 예방접종은 물론이고 일반 병원보다 부담 없는 비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적금’이 아닌 ‘절약’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씩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그것이 장기적금보다도 쉽게 돈을 모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독서신문 장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