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거는 기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거는 기대
  • 방재홍
  • 승인 2005.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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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지난 28일은 우리 문화사에 새 막이 열리는 날로 기록되는 날이었다. 국립 중앙박물관이 광복 60년간 무려 일곱 번의 대 이동을 거쳐 드디어 자신의 보금자리를 찾아갔기 때문이다. 새롭게 용산에 둥지를 튼 국립 중앙박물관의 지난 60년은 영욕의 계절이었다.

 조선총독부 박물관을 인수한 국립 박물관은 지난 45년 12월 3일 경복궁에 첫 문을 열었다. 하지만 6.25 전쟁이 발발하자 소장 유물들이 북한군의 수중에 떨어져 ‘납북’ 당할 뻔 했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 직후 유물 포장에 시간을 끈 박물관 직원들의 ‘지연작전’으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난 1953년 10월엔 남산 분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채 2년도 지나지 않은 1955년 6월 또다시 짐을 싸 덕수궁 석조전으로 이사했다.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개편한 직후인 1972년 8월, 경복궁 동북쪽 담장 안에 새로 지은 건물(현 국립민속박물관)로 다시 옮겨갔다. 불국사의 청운교·백운교 위에 법주사 팔상전 형태의 시멘트 건물을 올린 이 기이한 모습의 박물관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중앙박물관’으로 남아 있다.

 1986년 8월, 박물관은 옛 중앙청 건물로 옮겨 새로운 도약을 꿈꿨으나 그 건물이 더 옛날엔 조선총독부였다는 사실이 문제가 됐다. 1993년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을 벌이던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는 옛 조선총독부 건물의 철거를 결정하고 미군기지 자리인 용산가족공원을 새 박물관 부지로 결정했다.

 용산 박물관의 첫 삽도 뜨기 전 중앙청 후생관으로 쓰던 경복궁 남서쪽 건물(현 국립고궁박물관)로 옮겨간 것이 1996년 12월이었다. 용산 새 박물관 공사가 시작된 것은 1997년 10월. 공사 시작 8년 만에 새 박물관의 개관식을 갖게 된 것이다.

 9만3000평 부지에 연면적 4만600평, 전체 건물 길이 404m! 연면적으로 치면 세계 6대 박물관 규모이며, 단일 건물로 이뤄진 박물관으로는 세계 최대인 용산 국립 중앙박물관. 3개 층으로 이뤄진 전시장은 구석기~발해 시대를 중심으로 한 고고관(考古館), 고려~조선시대를 중심으로 한 역사관, 그림과 조각·서예 작품 등을 모은 미술관 1·2, 기증 유물을 모은 기증관, 중앙아시아와 중국 일본 등의 유물을 모은 아시아관 등 모두 6개 전시관으로 구성됐다.

 새 박물관은 예전에 없던 새로운 전시실을 자랑한다. ‘발해실’과 ‘인도네시아실’이 60년 박물관 역사상 처음으로 마련됐다. 20세기 초, 신장·위구르 지역 등에서 일본 오타니 탐험대가 수집했던 유물을 선보이는 ‘중앙아시아실’은 ‘복희여와도’ 등 그림과 토기 같은 뛰어난 컬렉션으로 세계적인 중앙아시아 전시실로 꼽힐 전망이다.

 한국 근현대사와 더불어 심한 부침을 직접 몸으로 겪어야 했던 중앙박물관이 이제 선조의 숨결이 깃든 역사의 장으로 자손만대 큰 부침 없이 물려지기를 기원해 본다.
독서신문 1391호 [200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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