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우리 마음의 그림을 들여다봅시다
[책 속 명문장] 우리 마음의 그림을 들여다봅시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5.19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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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버티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면 미성숙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를 자꾸 괴롭히고 있어요. 요즘 말로 ‘존버’라고 하던가요. 무조건 버티고 보자는 식이죠. 과연 이것이 올바른 인내의 방식일까요? 글쎄요.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겨우 그런 거 갖고 힘들어하냐는 둥, 나약해 빠졌다는 둥, 그런 말은 가볍게 무시하자고요. 안 그래도 힘든 이 청년의 시기에 본인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견딜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고속도로나 휴게소에 졸음쉼터를 괜히 만들어 놓은 게 아니에요. 쉬어 가지 않으면 사고 날 확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설사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사고의 무수한 확률을 뚫고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데 얼마나 많은 고통과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되겠냐는 거예요. <58쪽>

남을 쉽게 비판하지 않으면서 자기반성은 또 엄청 열심히 합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건 좋지만 지나친 자기비판은 삼가는 것이 좋아요. 자신을 과소평가하게 되거나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객관화한 자신을 조망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답니다. 과도한 자기비판은 ‘자기 태만’의 한 형태로도 발전할 수 있어요. 자신을 비판함으로써 건강하지 못한 행동을 이어가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찾는 거죠. 이럴 때는 자신과 대화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어요.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는 거죠. 그리고 쓰다듬어주세요. 내가, 나를요. <235쪽>

트라우마에 대한 연구와 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데엔 특별한 계기가 하나 있어요. 9·11 테러 이후 미술치료학회장 ‘폴라 하위’의 초청으로 미국을 가게 되었는데요. 병원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테러로 인한 부상자, 유가족 등을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너무나 잘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도 당시 대구 지하철 참사로 큰 아픔을 겪고 있었기에 치료 인프라의 격차가 훨씬 크게 느껴졌어요. 휠체어에 앉아 치료용 그림을 그리던 어느 노부부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아요. ‘트라우마’라는 용어가 우리 생활에 널리 쓰이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요. 그러다 보니 과거엔 트라우마를 겪고 있음에도, 그것이 어떤 현상인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했어요. <254쪽>

그림이 액자에 갇히듯 어쩌면 우리도 이 세상에 갇혀 있어요. 벗어날 수 없죠. 벗어날 수 없다면, 정말 그렇다면 적어도 그 그림이 아름다운 그림이었으면 좋겠어요. <261쪽>

[정리=김혜경 기자]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
김선현 지음 | 베가북스 펴냄 | 268쪽 | 1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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