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우리의 침실은 깨끗해졌을지 몰라도 세상은 여전히 형편없다”
[책 속 명문장] “우리의 침실은 깨끗해졌을지 몰라도 세상은 여전히 형편없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5.15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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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우리 시대의 수많은 권위자가 미니멀리즘은 월수입이 얼마든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유용하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이들이 목표로 삼는 청중은 부유한 사람들이다. 선택지가 없으니 적게 소유하며 살라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에 초점을 맞춘 오늘날의 미니멀리즘은 의아하게도 축적의 논리에 지배받고 있는 듯하다. <12~13쪽>

미니멀리즘 스타일이라는 겉치레는 유기농 식품의 상표, 값비싼 녹즙, 노메이크업 룩을 구현해 준다고 광고하는 화장품처럼 되어버렸다.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느끼는, 또 하나의 계급 의존적 방식이 되었다. 구매한 상품이 단순하고 간소한 물건일 순 있지만 말이다. 단순한 삶처럼 보이는 데는 돈이 많이 든다. <73~74쪽>

우리는 아이폰을 한 손에 쥘 수 있을지 몰라도 그 결과물의 네트워크가 방대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엄청난 양의 전기를 소비하는 데이터센터, 노동자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중국의 공장들, 주석을 캐느라 황폐한 진흙 구덩이 광산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음식 메뉴를 고를 때나 자동차를 주문할 때, 금속과 실리콘과 벽돌로 마감한 방을 빌리면서 미니멀리스트가 된 기분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우리는 맥시멀리즘의 집합체로부터 이득을 얻고 있다. 단순해 보인다고 해서 실제로 단순한 것이 아니다. 단순함의 미학은 속임수 혹은 감당하기 힘든 과잉을 감추고 있다. <79~80쪽>

건물은 단조로운 콘도로 개조하고, 실내는 빈 상자처럼 꾸미고, 감각적 풍경은 모호한 백색소음으로 씻어낸다.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은 공간에서든 소리에서든 더 많은 감각을 지향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감각을 완충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기서 벗어나 뭐든 느껴보고자 한다면, 불쾌한 소리도 듣고 익숙한 안전지대에서도 벗어나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침묵이 주는 경외감과 놀라움 또한 되찾아야 한다. <207쪽>

[정리=김혜경 기자]

『단순한 열망: 미니멀리즘 탐구』
카일 차이카 지음 | 박성혜 옮김 | 필로우 펴냄 | 360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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