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고상하고 아름다운 미술의 이면을 들추면 추악하고 불편한 세상이 보인다”
[책 속 명문장] “고상하고 아름다운 미술의 이면을 들추면 추악하고 불편한 세상이 보인다”
  • 장서진 기자
  • 승인 2023.05.11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사람들이 떠올리는 전형적인 예수의 모습은 우리가 원하고 보고 싶은 형상이며, 이것이 미술에 반영되어 왜곡된 이미지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 신의 아들 예수도 집요한 외모지상주의를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일까?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욕망은 물욕, 권력욕, 명예욕과 함께 인간이 가장 버리기 힘든 우상숭배의 한 유형인지도 모른다. <27쪽>

우리는 중세라는 단어에서 대체로 어둠, 야만, 비위생, 흑사병, 마녀사냥 등 온갖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린다. 이런 인식은 고대 문명을 계승한다는 기치 아래 중세를 전면 부정한 르네상스 인본주의와 중세를 미신과 비합리의 시대로 폄하한 18세기 계몽주의 역사관의 영향이다. 그러나 현대의 역사가들은 더 이상 서양 중세를 암흑의 시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중세 시대의 건축물과 미술품, 문헌 자료들은 중세가 어둠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세에는 찬란한 기독교 문화가 꽃피었고, 교회와 수도원을 중심으로 신학·고전·법학·문학·의학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볼로냐대학과 파리대학 등 최초의 대학들도 등장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여유롭고 활기가 넘친 시대였다. <77~78쪽>

미술 평론가 앨리스터 수케는 고갱을 ‘19세기 하비 와인스타인’으로 지목한다. 그는 프랑스 식민지에서 많은 여성을 성 착취한, 괴물 같은 성욕을 가진 포식자였다. 오늘날의 윤리적 가치로는 아름답고 예술적이지만 성 착취적인 타히티 여성들을 그린 고갱의 초상화에 무조건 탐닉하기 어렵다. 당시 유럽 남성의 원주민 소녀들에 대한 부도덕한 성 착취 범죄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고갱의 작품을 감상하기란 쉽게 않기 때문이다. <311쪽>

미술 작품 속에는 역사가 들어 있다. 중세 유럽 예술가들은 종교적 사고의 틀에서 전염병을 이해하려고 했다. 흑사병이 신의 징벌이라고 여겼던 그들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삶이 얼마나 깨지기 쉽고 일시적이며 덧없는가를 상기시키려고 했다. 삶의 취약성에 대해 말하는 이러한 그림들은 코로나19의 시간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에게도 삶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와 가장 가까운 시간에, 가장 비슷했던 팬데믹을 겪은 뭉크가 남긴 그림은 코로나19를 사는 현대인에게 어떤 느낌과 공감으로 다가올까? <329쪽>

[정리=장서진 기자]

『뜻밖의 미술관』
김선지 지음 | 브라이트 펴냄 | 340쪽 | 19,500원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