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독서] ‘평균 관중 1만명’ K리그의 ‘책 읽는 리더들’
[리더의 독서] ‘평균 관중 1만명’ K리그의 ‘책 읽는 리더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5.1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선수 부문에 선정된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0주년을 맞은 프로축구 K리그의 열기가 유독 뜨겁다. ‘K리그 데이터포털’에 따르면, 정규 리그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1라운드까지 종료된 후인 지난 9일 오전 기준 K리그1 관중은 총 68만8,439명으로 한 경기당 평균 1만명을 넘겼다. 월드컵 16강 진출, 인기 가수 임영웅의 시축 등 특수도 발생했지만, 이번 시즌 흥행의 주된 요인은 “EPL이 부럽지 않다”고 할 정도로 물오른 경기력이다. 그 중심에는 ‘축구는 감독 놀음’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드라마 같은 서사를 써 가는 중인 ‘명장’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울산현대를 17년 만의 우승으로 이끌고 올해도 독보적인 선두에 선 홍명보 감독, 2부에서 갓 올라온 팀답지 않은 기세로 대전하나시티즌과 함께 ‘승격 돌풍’을 일으킨 광주FC의 이정효 감독, 몇 년간 부진하던 FC서울의 자존심을 되찾는 데 성공한 안익수 감독.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책 읽는 지도자’라는 점이다. 스포츠와 책이라니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모두 그동안 선수들에게 직접 책을 선물할 정도로 독서를 중시하는 면모를 보여줬다. 

그렇다면 책을 통해 이들의 리더십을 읽어 보는 건 어떨까. 홍명보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성공과 실패 경험담이 생생히 담긴 책을 좋아한다며 다음 두 권을 추천했다. ‘단합된 팀’의 힘을 보여준 미국 미시간대 풋볼팀 감독 보 스켐베클러의 이야기 『전설의 리더, 보』(서돌)와 인간 이순신이 영웅 이순신으로 나아간 과정을 조명한 『그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스타북스). 현재는 절판된 책들이지만, 다루는 인물만으로도 그가 추구하는 리더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선수 시절 최고의 스타였던 홍명보는 감독 생활을 하며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국민적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K리그 감독상 수상 후 당시의 경험을 자신에게 자양분이 된 ‘가장 아끼는 시간’으로 꼽았다. 몇 번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그의 마음속엔, 열악한 전력에도 12척의 배가 남았으니 할 수 있다는 ‘위닝 멘탈리티(winning mentality)’로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둔 이순신 장군이 산다. 

이정효 감독은 광주FC 선수들에게 자기계발서 스테디셀러인 『그릿』(비즈니스북스)을 선물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성공은 타고난 재능보다 열정과 끈기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이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첫해였던 지난해 2부 우승, 1부 승격을 달성한 성과에서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축구 철학으로 전통적인 강호들도 무서워하는 팀을 만들었다. 7라운드 대구전에서 4:3으로 승리하고도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 내용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던 그의 표정에서 큰 야망을 품고, 집요하게 실현해 나가는 삶의 자세인 ‘그릿’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배움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는 『논어』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관리한다. 경기 전후로 몇몇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던 행동은 다소 파격적으로 비쳤지만, 그 속뜻은 선수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더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것이었다.

안익수 감독은 FC서울의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칭 스태프와 직원들에게까지 생일 등 기념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인 『에너지 버스』(쌤앤파커스)를 선물한다고 한다. 긍정 에너지로 삶을 변화시키는 법을 알려주는 소설 형식의 자기계발서다. 책에는 ‘E+P=O’라는 공식이 등장한다. 사건(Event)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Perception)를 더하면 결과(Outcome)가 된다, 즉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변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라는 뜻이다. 

책에서는 나의 비전을 향해 가는 ‘에너지 버스’에 다른 사람들을 동참시키는 방법도 설명한다. “열정은 당신의 버스에 올라타고 싶게 만드는 힘이지만, 그 버스에 끝까지 남아 있게 만드는 것은 사랑”이라며, “리더가 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최상의 방법은, 팀원들 각자가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도록 돕고 그것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K리그 복귀 후 한동안 다소 침체한 듯한 모습을 보였던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황의조에게 “2골이지만 15골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다”며 신뢰와 격려를 보낸 안 감독의 따스한 리더십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