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빠진 자녀 ‘주의력’ 키워 주는 ‘치료적 대화법’
스마트폰에 빠진 자녀 ‘주의력’ 키워 주는 ‘치료적 대화법’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5.0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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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영국의 한 생후 18개월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뱉은 말이 ‘엄마’도 ‘아빠’도 아닌 ‘알렉사’(AI 스피커)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우리의 일상에 디지털 기기가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았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일화였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의 사용 연령이 점점 어려지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주의력 결핍’을 들 수 있다. 최근 대두되는 아이들의 문해력 부족 현상은 어휘력 부족과도 관련이 있지만, 우선 주어진 글에 집중하지 못하는 주의력 부족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대상의 정보를 수집하고 입력하고 처리하는 과정을 끌어가는 힘’을 뜻하는 주의력은 공부뿐만 아니라 생활의 모든 부분에 필요한 능력이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주의력 전문가인 루시 조 팰러디노에 따르면, 강렬한 감각적 자극이 끊임없이 제공되는 디지털 기기는 아이들을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려는 노력이 없는 ‘비자발적 주의’ 상태에 익숙해지게 만든다. 스마트폰에 빠진 아이의 뇌를 촬영해 본 결과, 고차원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과 대뇌피질이 전반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책 『내 아이를 위한 주의력 수업』(카시오페아)에 나오는 이야기다. 저자인 이임숙 맑은숲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은 주의력에 대해 “저절로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라는 동안 부모와 교사가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훈련하여 주의력을 높이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 방법의 하나로 ‘치료적 대화법’을 제시한다.

대화법을 공부하기에 앞서 알아 둬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가 비슷한 의미로 쓰는 ‘주의력’과 ‘집중력’은 사실 다른 능력이라는 점이다. 집중력은 특정 과제에 몰입하는 힘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저절로 발휘된다. 반면 주의력은 관심 없는 일에도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다. 저자는 “실제로 많은 아이가 집중력은 좋지만 주의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아이가 싫어하거나 잘 못하거나 흥미가 없는 일에도 집중하는 능력을 키워 주려면 어떻게 대화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책에 제시된 대화법은 총 7가지다. 먼저, ‘초두 효과(첫인상 효과) 대화법’은 개선해야 할 행동을 지적하기 전에 긍정적인 면을 먼저 말해 주라는 것이다. 뇌가 먼저 입력된 정보를 더욱 강력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활용해 긍정적인 자아상을 심어 준다.

두 번째 ‘칭찬과 격려의 대화법’도 이와 비슷한 원리다. 아이가 집중하지 못하는 순간을 지적하기보다 그 이전, 잠시라도 집중하는 바로 그 순간에 아이의 태도를 크게 칭찬하고 격려해 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더 오래 집중하려는 의지를 갖게 된다.

이어 세 번째와 네 번째 방법은 충동적인 아이의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는 기술이다. ‘멈추고, 생각하고, 선택하기 대화법’은 아이가 집중력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순간에 “잠깐만”이라고 말하거나 살며시 껴안아 주의를 환기한 뒤, 할 일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단, 명령이 아닌 질문을 통해 아이가 자신을 돌아보고,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면 그것을 큰 소리로 말하게 하고, 다시 할 일을 할 때 칭찬해 준다.

‘호흡 조절 대화법’은 심호흡으로 아이의 초조하거나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히는 것인데, 말로 심호흡을 가르치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그림책 『ABC 호흡 놀이』(불광출판사)를 활용해 보자.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방법은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게 하는 ‘따단 대화법’과 ‘생각 코칭 대화법’이다. 주의력이 부족한 아이는 감정 기복이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따뜻하게 아이를 안아 주고 공감해 주는 등 감정을 다독여 주되, 할 일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 더 잘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코칭해 주며 아이를 격려한다. 몹시 싫어하는 일보다는 어느 정도 수용하는 일에서부터 이런 훈련을 시작해 나가면 좋다.

마지막 일곱 번째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 주는 ‘예방 대화법’이다. 아이가 실패를 겪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도록 미리 ‘연습 횟수’를 얘기해 준다. 예를 들어 구구단을 외우기 어려워하는 아이에게는 “구구단을 잘 외우는 방법은 하루에 30번씩 연습하는 거야. 그런데 그걸 끝까지 해내는 아이가 많지 않아.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와 같이 말해 주는 것이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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