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토론이 사라진 사회
[발행인 칼럼] 토론이 사라진 사회
  • 방재홍 발행인
  • 승인 2023.05.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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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최근에는 토론을 회피하는 게 일종의 전략이 되어 버린 느낌(이라 아쉽다)”.

MBC <100분 토론>의 1,000회 특집 다큐멘터리 <그래도 토론>에서 손석희 전 진행자와 정준희 현 진행자가 정치 토론의 현주소에 대한 생각을 나누던 중 나온 말이다. 치열한 토론은 정치판에서만 사라진 게 아니다. 정치적 갈등과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건강한 공론장은 자취를 감췄고, 일상에서도 민감한 주제에 대해 견해가 다른 이들과 대화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얼마 전 한국리서치가 전국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정치 사회적 쟁점에 대해 가족이나 친구 등과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응답자가 무려 64.8%로 나타났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유의미한 대화를 하려면 토론이 불가피한데, 주변인과 토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마음을 닫아버린 사람이 10명 중 6명 이상이라는 것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성숙한 토론 문화가 퇴보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완전히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끼리 대화가 되나’ 혹은 ‘그래서 무슨 결론이 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토론은 원래 서로 상반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끼리 해야 성립되는 게임이다.

물론 쉽지만은 않다. <100분 토론>에서도 과거 시간 제한을 두지 않고 결론을 내 보자는 취지로 ‘끝장토론’을 진행했지만, 다같이 밤을 새 가며 새벽 5시까지 필리버스터처럼 이어 간 토론에도 명확한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한 손석희의 생각. “사람들 생각이 다 다른데 어떻게 완벽한 결론이 날 수 있을까요?” 이것이 바로 토론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책 『난생처음 토론수업』에서 토론 전문가인 저자 이주승은 “갈등을 표면적으로 끌어내지 못하면 제대로 된 문제점을 찾아낼 수 없고 상황을 개선할 수도 없다”며 “갈등을 표면화하고, 더 나은 나와 사회를 만드는 대안에 합의하기 위해 우리는 토론을 해야 한다. 토론은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토론을 잘할 수 있을까. 토론에는 다양한 형식과 규칙이 존재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크게 2가지다. 우리 측의 입장이 옳음을 증명하는 ‘논증’과 상대 측의 입장이 그름을 입증하는 ‘반론’, 이 두 가지는 토론의 기둥 역할을 하는 핵심 요소다.

논증이든, 반론이든 기본적으로 나의 의견에 근거를 들어 객관성을 더하는 작업이다. 저자는 이 과정을 더 짜임새 있게 만들어 주는 ‘PEEL 논증’과 ‘SPEC 반론’ 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PEEL 논증’은 ‘요점(Point)-설명(Explanation)-증거(Evidence)-연결고리/재강조(Link)’로 구성된다. 먼저 한 문장으로 요점을 제시한 뒤 그 의미를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통계나 연구 결과, 신문 기사, 과거 사례, 전문가의 분석, 법원 판례 등 믿을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그리고 앞서 제시한 논거 간의 상관성을 정리해 다시 한번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면 된다. “저는 ~라고 생각해요 / 왜냐하면 ~ / 예를 들어 ~ / 따라서 ~”의 순서를 기억해 보자.

‘SPEC 반론’은 같은 원리에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언급을 넣은 ‘요약(Summary)-주장(Point)-설명(Explanation)-재강조/비교 분석을 통한 결론(Conclusion)’으로 이뤄진다. “~라고 말씀하셨는데요 / 저는 ~라고 생각해요. / 왜냐하면 ~, 예를 들어 ~ / 따라서~”의 순서다.

정식 토론을 할 기회가 없더라도 토론 실력을 키울 방법은 존재한다. 저자는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도 일상 생활에서 ‘왜’라는 질문을 꾸준히 하면 바뀔 수 있다”며 “별도의 시간을 내지 않아도, 수업을 듣지 않고서도 토론과 빨리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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