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책을 사야 이용자도, 출판사도 웃는다
도서관이 책을 사야 이용자도, 출판사도 웃는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4.2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7일 열린 ‘도서관 자료 구입비 증액을 위한 국회 토론회’ [사진=대한출판문화협회]

‘경계 없이 비추는 문화의 빛’. 올해 제59회 도서관 주간(지난 12~18일)의 슬로건이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2005년 514곳에서 2021년 1,208곳으로 대폭 늘었다. 시설도 현대화되고, 그 역할도 단순히 책을 빌려 주는 것을 넘어 각종 문화 행사 개최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도서관 서비스의 핵심인 양질의 자료 구비에는 아쉬움이 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일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가 공개한 ‘도서관 자료 구입비 적정성 산출 및 증액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도서관 예산사용액은 2017년 9,956억원에서 2021년 1조2,501억원으로 5.9% 상승했으나 대부분이 인건비와 운영비로 지출됐다. 전체 예산사용액 대비 자료 구입비 비중은 2017년 9.9%에서 매년 감소해 2021년 8.9%를 기록했다. 미국(10.5%), 호주(10.4%), 독일(10.1%), 일본(18.7%) 등 해외 공공도서관의 최근 자료 구입비 비중보다 낮은 수치다.

이와 관련해 지난 17일 국회에서 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출협 공동 주최로 위 연구 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학계, 출판계, 도서관계 등이 모여 각자의 입장과 견해를 나눈 첫 자리다.

자료 구입비가 부족할 경우 장서 품질 유지의 기본 조건인 ‘최신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 약 6만4천종의 신간이 출간됐지만, 공공도서관 1관당 평균 구입 권수는 5,783권에 불과했다. 현재 공공도서관이 보유한 장서 중 5년 이내 출간된 책의 비율은 29.6%다. 호주에서는 전체 장서의 60~65%를 5년 이내 발간된 책으로 유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직접 수행한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도서관의 역할이 다양해지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이용 목적의 70% 이상은 독서와 도서 대출, 자료 조사이며, 특히 일반 이용자 관점에서는 ‘내가 찾는 신간이 얼마나 있을까’가 중요하다”면서 “많은 연구에서 도서관 이용의 지표인 도서 대출 권수가 자료 구입비와 정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함께 연구를 진행한 표순희 숭의여대 문헌정보과 교수는 “자료 구입비 비중을 적어도 국제 수준인 10%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며 “적정 자료 구입비를 산출하는 방식에 따라 구체적인 증액 금액은 달라지겠지만, 약 400~500억 정도는 증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21년 공공도서관 예산 항목별 비교 [사진=대한출판문화협회 ‘도서관 자료 구입비 적정성 산출 및 증액 방안 연구’ 보고서]

자료 구입비 증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각계가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으나, 세부적인 입장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먼저 출판계를 대표해 자리한 28년차 편집자 이승우 도서출판 길 기획실장은 “해가 갈수록 출판계의 위기를 피부로 느낀다. 특히 학술서의 경우 1년 이내에 500권 팔기조차 어려운 현실”이라며 “도서관과 같은 공적 영역에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책들을 일정량 구매해 준다면 최소한 지식산업의 붕괴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런가 하면 도서관계에서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대한 의문과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오지은 서울도서관 관장 겸 한국공공도서관협회 회장은 “도서관 환경별로 종이책 제적과 폐기 문제까지 고려한 통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자료 구입비 비중을 맞추느라 다른 예산이 기존보다 줄어드는 시군구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수서(收書) 작업에 있어 이용자의 요구를 고려하다 보면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쏠리곤 한다”며 “단순 예산 확대만으로 출판 다양성 진작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처럼 공공도서관 자료 구입비 증액은 꼭 필요하기는 하지만 당장 명확한 답을 내놓기에는 고려할 사항이 만만찮다. 지역이나 도서관별로 환경적 특성에 따른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 간에 더 많은 대화가 필수다. 무엇보다 절실한 부분은 국가나 광역지자체가 도서관 예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홍익표 국회 문체위원장은 “지난해 국회 차원에서 예산 증액을 위해 노력했지만 최종 무산돼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는 꼭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