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책의 세계에 속한 사람들의 삶, 그리고 애증과 신념
[책 속 명문장] 책의 세계에 속한 사람들의 삶, 그리고 애증과 신념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4.20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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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권씩 쏟아지는 신간들을 책상 옆에 위태롭게 쌓아 둔 채로 수십 통의 전화를 하고 메일을 쓰고 수십 명의 사람들을 만나며 매절 부수와 공급률과 쿠폰 금액과 광고비와 이벤트 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도 누구보다 빨리 신간을 받아 볼 수 있으니까. 책이야 퇴근한 다음에 읽을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그건 자기기만일 뿐이었다. 야근이 잦아질수록 책을 펼치는 빈도는 줄어들었다. 책은 한 줄도 읽지 않으면서 가방 가득 책만 넣어 다니는 나날들이 많아졌다. <26쪽>

생판 모르는 남에게 “이걸 사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기왕이면 우리 회사에서 사시죠” 하고 막무가내로 권할 수 있는 물건은 아무리 생각해도 책뿐이다. 직업을 찾을 때 소명 의식이 분명한 상태였다면 좋았겠지만, 난 그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그리고 싫어하는 일이 분명했던 ‘취준생’이었다. 만약 책을 향한 사랑이 회사를 다니면서 더 절절해졌느냐고 묻는다면…… 책의 주변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답하겠다. <39쪽>

뉴스레터를 쓸 때도, 취재를 할 때도 항상 책을 읽는 동시에 딴생각이 시작된다. 이 저자를 인터뷰하면 어떨까? 어떤 질문들을 물어봐야 책의 결과와는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올까? 오늘날 한국 사회에 사는 내가 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 책에 관심 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을까? …… 그렇게 하다 보면 항상 엉덩이를 반쯤 걸치고 연필을 든 채 책을 읽게 된다. 읽는 과정이 곧 쓰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65쪽>

삶이 유한하기에 소중하듯 책도 그러기를 바란다. 절판된 책은 어디에서든 구할 수 없기를 바란다. 그래서 버린다. 안락사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역시 헤어질 때가 절실하구나. 마지막으로 책의 메시지를 곱씹으며 나의 다짐을 말한다. <148~149쪽>

북디자인이란 외과의사처럼 책의 요소를 꿰뚫고, 심리치료사처럼 대화하면서 손님의 상태와 입맛을 알아내어, 요리사처럼 손님에 맞는 조리법을 구성하고 재료를 엄선하며, 탐정처럼 손님의 행동과 흔적을 관찰하여 사소한 실수까지 찾아낸 다음, 집사처럼 개선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 중 하나만 즐겨도 충분하다. <156쪽>

[정리=김혜경 기자]

『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
금정연, 김보령, 김지원, 노지양, 서성진, 서해인, 심우진, 양선화 지음 | 편않 펴냄 | 184쪽 |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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