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 박세진·이재욱 매니저 “독립출판의 매력 널리 알리고 싶었죠”
밀리의 서재 박세진·이재욱 매니저 “독립출판의 매력 널리 알리고 싶었죠”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4.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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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은 처음인데요’를 기획한 밀리의 서재 박세진(왼쪽)·이재욱 매니저 [사진=밀리의 서재] 

‘이것도 책이야?’. 국내 최대 규모 독립출판 북페어 ‘퍼블리셔스 테이블’을 운영하는 ‘금종각 디자인 스튜디오’의 이지현 대표는 난생처음 독립출판물을 접했을 때 서점에서 이런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 책은 왜 만들다가 말았지?’, ‘이 책이 만 원이라고? 욕심이 너무 많은 것 아냐?’. 이 대표는 당시 독립서점에 좋아서 찾아간 게 아니라 친구에게 끌려갔기 때문에 이런 슬픈 첫인상을 갖게 되었다고 부연하지만, 사실 독립출판물과의 첫 만남이 낯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것도 책이야?’라는 물음은 훨씬 더 넓은 책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300종의 시리얼 포장지를 수록한 ‘시리얼 북’, 길거리에서 마주친 어르신들의 ‘스트릿 패션’ 화보집, 사라져 가는 서울의 공원과 목욕탕을 한 곳 한 곳 기록한 책…. 이런 식의 기획도 새롭지만, 서점에 가서 독립출판물을 살펴보면 종이 종류부터 책의 판형, 형식까지 자유분방하고 개성적인 특징으로 가득하다. 상업의 논리에 얽매이기보다는 각각의 작가가 그리는 책의 형상에 최대한 가까워지도록 밀어붙여 보는 것. 독립출판만의 대체 불가한 매력이다.

최근 독립출판의 위상이 변화하고 있다지만, 오늘 주문하면 내일 새벽에 받아 볼 수 있고, 아무 서점에나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책이 아니기에 여전히 일반 대중에게는 진입장벽이 있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이러한 부분에 문제 의식을 갖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독립출판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지난 2월부터 국내 독서 플랫폼 최초로 독립출판 기획전 ‘독립출판물은 처음인데요’를 선보이고 있다. 이지현 금종각 대표가 큐레이션을 맡아 매달 좋은 독립출판물을 추천하고, 여기서 추천된 도서는 여타 도서와 똑같이 전자책으로 서비스된다.

독립출판이 낯선 이들도 집에서 가볍게 독립서점을 둘러보는 것과 유사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이용자 반응도 ‘독립출판물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재밌어 보이는 책이 많다’ 등 호의적이다. 7월까지 이어질 이 기획전의 뒷이야기가 궁금해 담당자인 밀리의 서재 박세진 매니저(이하 ‘박세진’), 이재욱 매니저(이하 ‘이재욱’)와 지난 5일 서면으로 인터뷰를 나눴다.

Q. 먼저 자기소개와 함께 이번 기획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세진 “안녕하세요. 밀리의 서재에서 홈 운영 파트에 재직 중인 박세진 매니저입니다. 저는 밀리의 서재 애플리케이션 메인 화면에 노출되는 도서를 직접 선정하고 큐레이션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서점으로 생각하면 도서 MD 같은 역할이지요.”

이재욱 “안녕하세요. 저는 출판사 관리와 콘텐츠 소싱 및 제휴 업무를 담당하는 이재욱 매니저입니다.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새로운 도서와 출판사를 발굴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독립출판물은 처음인데요’는 소설, 에세이, 자기계발, 매거진 등 다양한 장르의 독립출판물을 알리고, 전자책 출간을 지원합니다. 매월 특정 테마에 맞는 5권의 독립출판물을 전자책으로 소개하며 독립출판 전문가의 도서 큐레이션 글을 함께 연재하고 있습니다. 독립출판 콘텐츠가 낯선 독자들에게 숨겨진 보석을 찾는 듯한 기쁨을 드리고자 합니다.”

독립출판이 낯선 사람들을 위해 이지현 금종각 대표가 매달 테마에 맞는 독립출판물을 소개한다.

Q. ‘독립출판물은 처음인데요’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박세진 “밀리의 서재는 출판업계와의 상생을 굉장히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데, 그중 독립출판업계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독립출판물 기획전을 통해 다채로운 독립출판물을 발굴하고 작품들과 독자들이 만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이재욱 “사실 독립출판물은 저희도 생소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됐고 이 책들만의 매력에 푹 빠져 자발적으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기획전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출판물과 작가가 주목받고, 나아가 출판시장의 다양성이 증진되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후에도 독립출판 작가 및 출판사와 네트워크를 확대해 더 많은 콘텐츠를 발굴할 예정입니다.”

Q. 이번 기획전만의 특별한 주제나 목표가 있다면요?

이재욱 “기존 기획전은 팬덤이 두터운 작가나 베스트셀러 작품 위주로 진행했던 반면 이번 기획전에서는 독립출판물이 가진 개성에 집중했습니다. 일반 도서와는 차별화된 독립출판 콘텐츠만의 특별함을 소개하고, 사용성과 편의성이 높은 플랫폼을 통해 널리 읽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박세진 “또한 전자책 구독 플랫폼이 가진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밀리의 서재에서는 구독자들 간에 한 줄 리뷰, 내 서재 등의 기능으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데요. 생소한 독립출판물을 가지고도 이런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게 적극적으로 홍보했습니다.”

Q. 다양한 특색을 지닌 독립출판물을 전자책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가장 고민되는 점은 무엇이었나요?

이재욱 “고민되는 점… 사소한 요소들까지 생각하면 굉장히 많았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종이책만이 가진 고유의 느낌과 특징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것인데요. 전자책은 종이가 가진 질감과 색감 등이 주는 감성을 표현하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하기 위해 세밀한 작업 과정을 거쳤습니다.”

Q. 기획전 도서 중 작업 과정 때문에, 혹은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개성 넘치는 책이 있나요?

박세진 “아무래도 독립출판물의 고유성을 전자책에 다 담기는 어려웠습니다. 대신 색감은 화질의 농도를 조절해 최대한 종이책의 느낌을 살리고, 도서의 특성을 살려야 하는 케이스의 경우 그 특성 자체를 없애지는 않았습니다. 가령 『세이 세이 에세이』라는 책은 플립북 형식의 도서라 고개를 살짝 돌려 읽어야 하는데요. 전자책으로 구현할 때 이 부분을 평면으로 작업하지 않고 개성을 살리기 위해 종이책과 동일하게 고개를 살짝 돌려 읽도록 했습니다.”

이재욱 “개인적으로 김동현 작가의 『MUT(멋)』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패션은 소위 청춘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 준 책인데요. 포토그래퍼인 김동현 작가가 동묘시장 등에 가서 카메라로 담은 어르신들의 패셔너블한 모습과 강렬한 색감이 마치 패션잡지를 보는 듯했습니다.”

김동현, 『MUT(멋)』

Q. 기획전을 준비하시면서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요.

이재욱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저희 또래인 20~30대 독자들이 독립출판물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독립출판물 북페어에 갔을 때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분들이 독립출판물을 유심히 보고 계셨는데 다 젊은 분들이셨어요. 그런 경험들을 하면서 독자들이 꼭 베스트셀러만 찾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또 기억에 남는 장면은 큐레이션을 맡은 이지현 금종각 대표님의 회의실인데요. 수많은 독립출판물이 빼곡히 책장에 꽂혀 있는 모습을 보고 독립출판물에 대한 대표님의 애정과 관심이 얼마나 큰지 느꼈습니다. 그 많은 독립출판물을 하나씩 소개해 주신 덕분에 독립출판물의 특성과 업계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네요.”

Q. 그동안 공개된 월별 추천 도서를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세진 “2월에는 처음 기획전을 진행하기도 했고, 독립출판물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 테마를 ‘첫’이라고 정했는데요. 실제로 소개된 도서들도 ‘처음’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책방 점원으로 일하며 겪은 이야기를 에세이로 풀어낸 태재 작가의 『책방이 싫어질 때』, 퇴사 후 창업한 사장님들의 헌신을 엿볼 수 있는 브로드컬리 편집부의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들의 가게들』, 세상의 모든 시리얼을 소개하는 Achim(아침) 작가의 『CEREAL BOOK(시리얼 북)』, 병원에서의 힘겨운 시간을 유쾌하게 그린 최준혁 작가의 만화 『병원탐험기』 그리고 어르신들의 스트릿패션을 담은 김동현 작가의 사진집 『MUT』입니다.

이재욱 “3월에는 ‘타인의 삶’을 테마로 정했습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는데요. 사실 타인의 삶이란 알지만 모르는 삶, 익숙하지만 들여다보면 새로운 삶입니다. 사람이란 늘 타인의 삶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존재이고요. 이런 맥락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깊숙이 경험해 볼 수 있는’ 독립출판물 5권을 준비해 봤습니다.”

박세진 “3년간 프랑스에서 석사를 마치고 돌아온 저자의 실패한 유학기와 외국인으로서의 현실을 기록한 이용빈 작가의 『천국보다 낯선 프랑스』, 승무원과 작가를 병행하며 세상의 축소판인 기내에서 일어나는 단상을 기록한 오수영 작가의 『아무날의 비행일지』, 실제 경찰관의 삶을 그린 원도 작가의 『경찰관 속으로』, ‘엄마다움’에서 ‘나다움’으로 나아가는 엄마들의 모습을 조명한 포포포 편집부의 『포포포 매거진 6호』와 브로드컬리 편집부가 3년 이하 서점 운영자들을 인터뷰한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입니다.”

이재욱 “마지막으로, 이번에 공개한 4월의 테마는 ‘눈이 즐거운 책’입니다. 그림과 사진으로 가득해 읽는 즐거움을 주는 도서들로 선정했습니다. 30년 넘게 시대의 변화를 견뎠으나 지금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목욕탕의 기록을 담은 『서울의 목욕탕』, 도시공원일몰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공원을 촬영하고 기록한 『서울의 공원』, 아이를 먹는다는 기괴한 설정과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이 어우러져 아이러니를 전달하는 『더 이상 아이를 먹을 수 없어』. 사람을 닮은 캄보디아 문자를 ‘덕질’한 디자이너의 기록 『크메르 문자 기행』, 일주일에 8개 요일이 있는 미얀마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미얀마 8요일력』입니다.”

[사진=밀리의 서재]

Q. 두 분이 생각하시는 독립출판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박세진 “저희가 생각하는 독립출판의 가치는 ‘도전’입니다.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 나만 할 수 있는 기획과 형식으로 책을 만드는 일은 ‘도전’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거든요. 이 ‘도전’들이 모이고 모여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독립출판물이 탄생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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