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F 소설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가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고,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이 영화화 되는 것으로 결정되는 등 지금 한국 SF 장르에는 파란이 일어나고 있다. SF란 정확히 무엇이며, SF 작품을 읽기 전 알아두면 좋은 지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SF의 기본적인 정의는 ‘과학소설’이다. 심완선 평론가의 『SF와 함께라면 어디든』에 따르면, SF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이야기만이 아니라 때때로 틀린 과학을 다루기도 하며, “과학 지식보다는 과학적 태도,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을 둔다”. 비록 비현실적이라도, 소설을 받쳐주는 합리성과 개연성이 있어 미지의 세계가 설명 가능한 모습으로 이야기된다면 그것은 SF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SF에는 다양한 하위장르가 존재한다. 통상 하위장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설을 그저 SF라 통칭하지만, 장르적 배경에 대해 이해한다면 더 넓은 관점으로 SF 소설을 볼 수 있다.
가장 유명한 하위장르는 ‘사이버펑크’다. 사이버펑크는 20세기에 탄생한 세기말적 장르로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펑크(punk)의 합성어다. 사이버네틱스는 ‘스스로 목적을 수행하는 자동 기계’의 통칭이며 펑크는 ‘반체제적인 태도’라는 뜻으로, 컴퓨터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과 반체제적인 대중문화, 나아가서는 기계와 인간의 대등한 융합을 시도하는 데서 비롯된 새로운 형태의 장르이다. 대표적인 작품에는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과 영화 <에이아이> 등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사이버펑크 소설집으로 김이환 외 5명의 작가가 쓴 『지금 다이브, 사이버펑크 서울 2013』이 출간됐다. 우리에게 친근한 서울이라는 메가시티 속 자치구의 특징들과 연관 지어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SF가 발전된 과학기술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사이버펑크에서 파생된 ‘스팀펑크’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스팀펑크는 18~19세기 영국 산업혁명을 통해 도입된 증기기관이 21세기까지 사용되는 모습을 상상하여 그려낸 장르이다. 전기동력이나 내연기관 위주가 아닌 스팀(steam)이 주를 이루는 세상. <천공의 성 라퓨타>, <설국열차>를 대표적인 작품으로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우주’ 역시 SF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요소 중 하나인데,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상과학소설을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라고 한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SF 장르를 대중화시킨 역할을 했다. 특히 우주전쟁, 외계인 등 우리가 실제 가닿지 못한 세상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효과를 만들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도 SF 하위장르에 속한다. 거대한 재해, 혹은 초자연적인 사건으로, 문명이 멸망한 후의 세계를 그리며 생존자의 고투나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멸망한 세계를 그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들이 많다. 그러나 멸망한 세계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캐릭터를 통해 오히려 독자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나는 전설이다>와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이 있다.
[독서신문 장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