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솔로에게 ‘외로움’보다 큰 문제는…
4050 솔로에게 ‘외로움’보다 큰 문제는…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4.0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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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최근 신간 『에이징 솔로』(동아시아)를 출간했다. 김 전 차관은 2017년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사업본부장 등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아동인권 및 가족정책이라는 화두를 전면에 내세워 집필한 저서 『이상한 정상가족』으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여가부 차관으로 발탁돼 책에서 지적한 관련 법과 제도의 문제점을 실제로 개선하는 데 힘썼다. 이제 그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이번 책에서 그는 본인에게도 해당되는 ‘1인 가구’라는 화두, 그중에서도 국내 1인 가구 정책이나 논의에서 배제되어 온 4050 중년 솔로 여성의 삶을 집중 조명한다. 다양한 형태로 혼자 살아가는 중년 여성 19명을 만나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 외로움에 대처하고 친밀감을 만들어 가는 방법, 노후를 준비하는 여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이를 바탕으로 중년의 ‘혼삶’(혼자 사는 삶)에 덧씌워지는 근거 없는 차별과 낙인에 차근히 반박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3.4%로 이른바 ‘정상가족’이라 불리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29.3%)를 앞질렀다. 그런데 2030의 당당한 비혼 라이프를 보여주는 각종 콘텐츠와 이혼 또는 사별로 혼자가 된 중·노년을 위한 고독사 대책들 사이, 비혼 중년에 대한 담론은 텅 비어 있다. 게다가 여성의 경우 심한 편견으로 둘러싸여 있기까지 하다. “전통적 가족의 모습에서 이탈했다고 해서 왜 ‘남편도, 자식도 없는’ 결핍의 인생이라고 바라보는 걸까? 왜 외롭고 힘들 거라고만 짐작하는 걸까?” 이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일찍이 ‘혼자’를 선택하고 수십 년간 스스로 삶을 꾸려 온 비혼 중년을 부정적 뉘앙스가 없는 신조어 ‘에이징 솔로(Aging Solo)’로 호명하자고 제안한다. 그가 만난 에이징 솔로 여성들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혼자’ 살아왔지만, “살면서 가졌던 기회 중 70~80%는 비혼이어서 가진 것 같다”고 말할 만큼 현재 삶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었다. 또한 이들은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외로움과 고독사에 대한 불안을 그다지 심각한 문제로 꼽지 않았는데, 법적으로는 1인 가구이지만 같이 사는 친구, 대안적 생활공동체 모델, 이웃 네트워크 등 가족이라는 테두리 바깥에서 삶의 지지 기반이 될 인간관계를 다채롭게 형성해 놓은 덕분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무엇일까.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벨라 드파울르는 결혼이 비혼보다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비혼자에게 편견을 갖는 것을 ‘싱글리즘(Singlism)’이라고 명명했다. 싱글리즘은 단지 개인의 태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법률·제도 등 모든 구조에 스며들어 있어서 일상에서 차별을 겪어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싱글들도 피해 갈 수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에이징 솔로들 역시 크고 작은 제도적 차별을 경험한다고 증언했다. 대표적으로 주거와 돌봄 문제다.

결혼 여부와 자녀 수를 기준으로 가점을 매기는 주택공급제도, 원가족만을 보호자로 인정하는 의료 서비스, 동거인이 아파도 직장에 돌봄휴가를 낼 수 없는 시스템 등. 이뿐만 아니라 비혼 여성들은 원가족의 ‘남아도는 노동력’으로 인식되며 부모 부양을 혼자서 떠안기도 한다.

중년 1인 가구는 전체 1인 가구 중 37%를 차지하는데, 지금의 청년 세대가 비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미래사회의 표준모델이 될 수 있는 이들의 삶과 어려움에 지금부터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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