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불안 증세, ‘진짜 불안’일까? ‘가짜 불안’일까?
당신의 불안 증세, ‘진짜 불안’일까? ‘가짜 불안’일까?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3.2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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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그저 지치고 당이 떨어져서 절망이 오는 것뿐이라고 지적한다 해서 그것이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무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알랭 드 보통

오늘날 현대인은 다양한 정신적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세계 인구에서 아홉 명 중 한 명꼴인 약 8억명이 정신 건강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은 ‘불안’이다. 3억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2010년대 들어 심화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내 불안장애 발생률은 약 30% 치솟았으며, 특히 18~25세 청년층에서는 84%가 증가했다고 한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엘런 보라는 책 『내 몸이 불안을 말한다』(위즈덤하우스)에서 “우리가 지난 수십 년간 믿어온 것처럼 정신 건강 문제에서 유전의 영향이 지배적이라면 통계 수치가 이토록 가파르게 치솟을 수 없다”며, 식단 변화와 스마트폰, SNS의 등장 등으로 빠르게 변화한 현대인의 생활 습관과 사회 문화에서 그 요인을 찾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불안이 단순히 마음(뇌)의 문제가 아닌 몸 전체의 문제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실제 임상 경험을 통해 불안이 신체 내 불균형으로 인해 유발되는 사례를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불면, 배앓이, 초조함, 비관적인 생각 등 우리가 겪는 불안의 증상들은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겪으면서 발생한 증상일 수도 있지만 당분, 카페인, 스마트폰이 주는 자극 등으로 인한 인체의 스트레스 반응이 불러온 결과일 때도 생각보다 많았다.

그는 인간의 불안을 ‘진짜 불안’과 ‘가짜 불안’으로 분류한다. 이는 의학적 구분법은 아니며, 보다 신속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조치하기 위해 고안한 그만의 방법이다. ‘진짜 불안’은 가족이 세상을 떠나거나, 직장을 잃거나, 연인과 이별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어느 정도 당연한 고통이다. 반면 ‘가짜 불안’은 일상 속에서 몸에 일어난 각종 스트레스 반응을 뇌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것으로 착각하면서 생겨난다. 여기서 ‘가짜’란 표현은 그로 인해 느끼는 고통이 가짜라는 게 아닌, 그 불안이 생겨나는 과정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마음은 의미 부여하기 선수다. (…) 아침밥을 챙겨 먹는 대신 숙취에 시달리며 차가운 커피를 마시면, 우리 마음은 직장에 뭔가 문제가 생겼거나 애인이 점점 멀어지고 있거나 세상이 끝나가고 있나 보다 하고 생각한다. 마음은 신체적 감각을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가 느끼는 걱정의 상당 부분은 인간의 마음이 자기 몸에 일어나고 있는 스트레스 반응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일 때가 많다.”

즉, 갑작스레 인생 전반에 대한 회의감이 들더라도 이는 알고 보면 갑작스레 단것을 먹어 혈당이 요동치거나, 밤에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봐서 수면이 부족하거나, 소화 안 되는 음식을 먹었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정보를 과도하게 많이 접하는 등의 자극으로 인해 비롯된 감정일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을 신체는 전부 주변 환경이 안전하지 않다는 지표로 받아들이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장시간 한 자세로 앉아 근육이 긴장되거나, 화면에 집중해 동공이 확장되는 반응도 뇌에 불안을 전한다. 의식적으로 목을 곧게 펴고 시선을 부드럽게 유지하며, 인체공학적인 업무 환경을 갖추고, 주기적으로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한다.

뇌가 우리 몸의 반응에 잘 속는다는 사실은 거꾸로 말하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뇌를 속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예를 들어, 심호흡을 통해 이완된 사람과 같은 몸 상태를 만들면 우리의 뇌에서는 실제로 이완반응이 일어난다.

저자는 “불안은, 그것이 생활 습관의 결과든 아니면 자신의 내면이 보내는 메시지든 상관없이 최종 진단이라기보다는 탐구의 시작에 가깝다”라며 “이는 우리의 몸, 마음, 생활, 또는 환경에서 뭔가 균형이 깨졌다는 증거이며, 우리는 호기심을 품고 다양한 시도를 함으로써 이러한 요소들을 다시 균형 잡힌 상태로 되돌리려고 노력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은 제일 먼저 그 근원이 일상적인 습관의 결과인지 아니면 좀 더 깊은 불안의 발현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를 파악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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