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시대, 출판계 생존법
챗GPT 시대, 출판계 생존법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3.0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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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죽음인가, 작가의 탄생인가.”

사람보다 글을 더 잘 쓰는 인공지능, 챗GPT의 등장에 대한 한 줄 단상. 국내 최초로 챗GPT를 종합적 시각으로 분석한 『GPT 제너레이션』(북모먼트)에 나오는 표현이다. 이 책은 ‘신문물’ 챗GPT를 잘 활용하는 방법부터 챗GPT가 일상 곳곳에 미칠 변화까지 구체적이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데, 저자는 챗GPT의 등장이 출판 생태계에도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리라고 내다본다.

이미 서점가에는 챗GPT를 활용한 책들이 우후죽순 출간되고 있는데, 인공지능이 책을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몰이를 톡톡히 한다. ‘이러다간 글로 밥벌이하는 직업들은 다 굶어 죽겠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나온다. 챗GPT에게 원하는 글의 내용과 함께 ‘카프카 풍으로’, ‘헤밍웨이 풍으로’ 써 달라는 주문을 하면 수십 초 만에 같은 내용도 다른 문체로 내놓으니, 그런 비관적인 예측을 할 만도 하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챗GPT가 등장하자마자 ‘챗GPT로 책 쓰기’라는 오프라인 강의가 생겨나 수강 인원을 순식간에 채우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챗GPT는 스스로 집필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어떤 주제로든 무난하고 평범한 답변을 내놓기 때문. 저자는 “(챗GPT는) 자신의 견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답이라고 제시하는 것에 치우친 견해가 들어가면 안 되다 보니, 전망이나 견해를 알려달라는 질문에는 답을 회피한다”고 지적한다. 챗GPT의 글에는 ‘견해, 가치, 주장, 감상, 감정’ 등이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챗GPT의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 작가가 차별성을 띌 수 있는 것이다.

사진 기술이 널리 퍼지기 전에는 그림이 사물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사진의 역할을 대신했다. 이 때문에 사진이 등장하면서 ‘이제 미술은 끝났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미술은 사라지지 않았다. 수천 년간 담당했던 사실 묘사의 임무를 사진에 일정 부분 넘겨주고, 그 인상파 미술과 같이 작가만의 감정이나 인상을 표현한다든가 추상적인 개념을 전달하는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다채로운 방향으로 새로운 경쟁력을 획득했다. 사진의 발달이 미술사에 큰 영향을 준 것처럼, 챗GPT의 등장은 작가에게 요구되는 역량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는 이제 챗GPT를 잘 활용하는 것도 작가로서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초고를 챗GPT에게 쓰게 한 뒤 다시 여기에 자신만의 개성을 입히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 경우 작가에게 문장력보다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능력, 그리고 생성된 문장들을 흥미롭게 연결하고 배치하는 편집 능력이 중요해진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그럴듯한 책을 써 낼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출판사의 시스템도 그에 맞게 바뀔 필요가 있다. 저자는 “(챗GPT를 활용해) 개인들이 쉽게 글을 쓰고, 쉽게 출판하는 환경은 마치 1인 미디어가 급격하게 생기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1인 미디어가 처음 생겨날 당시 기성 방송사들은 이들을 경쟁상대로 취급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방송국이 유튜브나 SNS의 파급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출판사의 경쟁자는 다른 출판사가 아니고, 누구라도 책을 낼 수 있는 1인 작가들”이 된 셈이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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