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복원’한다더니… ‘설악산 케이블카’는 허가?
‘생태계 복원’한다더니… ‘설악산 케이블카’는 허가?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3.03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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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 강원도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열린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추진 규탄 기자회견’ [사진=환경운동연합]

매년 3월 3일은 법정기념일인 ‘국립공원의 날’이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로 국립공원과 같은 보호지역의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대두되는 가운데, 강원도 양양군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오색지구~끝청, 3.3km) 설치사업이 지난달 27일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 결정으로 사실상 최종 관문을 통과해 논란을 빚고 있다. 강원도는 인허가 및 심의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해 연내 착공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결정은 관련 논의가 시작된 지 41년 만에 이뤄졌다. 강원도는 1971년 설악산에 첫 번째 케이블카(설악동~권금동, 1.1km)를 설치한 데 이어 1982년 두 번째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으나 당시 문화재위원회가 자연 훼손을 우려해 불가 통보했고, 이후 지역경제 활성화와 환경 보호를 주장하는 이들 간 팽팽한 의견 대립이 계속돼 왔다.

설악산 케이블카 추가 설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지난해 대선‧지선 공약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이후 지역균형발전 비전에 해당 내용을 담았고, 지난달 10일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는 “환경은 자연을 활용하면서 보존하는 것”이라며 “사업이 반드시 진행되도록 환경부에 확인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급물살을 탄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정말 자연을 활용하면서 ‘보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달 20일, 대표적인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이자 정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을 비롯해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기상과학원 등 5개 관련 기관은 양양군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이번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 일제히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 ▲법정 보호 식물에 대한 보호 대책이 미흡하고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 및 번식 교란이 불가피하며 ▲백두대간 핵심 구역의 지형 훼손이 환경부 가이드라인 한도를 3배 이상 초과하는 수준으로 과도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러한 전문기관들의 분석 결과와 상반되는 환경부의 결정에 관련 환경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등은 ‘설악산 케이블카 허가, 환경부는 파렴치한 집단이다’라는 제목의 성명문을 통해 “환경부에게 더 이상 국립공원의 내일을 맡길 수 없다. 오늘의 설악산을 시작으로 전국의 국립공원 개발의 빗장이 열릴 것”이라며 “강력한 저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색케이블카 사례는 수년 전부터 케이블카 설치사업 추진 움직임을 보여 온 지리산, 북한산 등 다른 국립공원에 힘을 실어 주는 명분이 될 만하다.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핵심 보호지역인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사업이 허가된 것은 1989년 덕유산 곤돌라 설치 허가 이후 34년 만이다. 특히나 설악산국립공원은 국립공원 중에서도 백두대간보호지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으로 겹겹이 지정돼 있어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결정은 환경부의 기존 입장과도 배치된다. 환경부는 지난달 2일 발표한 올해 자연보전 분야 주요 업무계획에서 4대 핵심 목표로 ‘자연생태계의 기후회복력 제고’, ‘야생생물과의 조화로운 공존’ 등을 꼽은 바 있다. 국제사회 보호지역 지정 권고에 맞춰 2030년까지 전 국토의 30%를 국립공원 등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훼손된 생태계의 30%를 복원하며, 멸종위기종 복원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약속한 환경부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만에 환경 파괴를 조장한다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물론 여기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테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자연을 멋대로 파괴할 권리가 없으며, 지금은 지구상에서 막강한 권력을 누리고 있지만 결국 자연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책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류가 급속한 생태계 파괴로 또 한 번의 대멸종을 자초하고 있다며, “여섯 번째 대멸종을 일으키는 주체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칫 그 희생자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인류는 다른 종들을 멸종으로 몰아가면서 자신이 앉아 있는 나뭇가지마저 잘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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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인 2023-03-03 09:12:14
선조들이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을 조심하라고 했는데 말과 행동이 다른 정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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