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무원이 밝히는 영어 잘하는 비법
국제공무원이 밝히는 영어 잘하는 비법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3.03.02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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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나요?”

유엔 산하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백애리(44)씨는 한국에서 스위스 제네바로 견학 온 고등학생 그룹에게 이런 질문들을 받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말도 안 되는 영어 실력으로 겁도 없이” 타국으로 떠났던 시절이 있었다. 젊었을 적 그는 학생들의 생각만큼 영어 실력이 출중한 편이 아니었다. 그럼 어떻게 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었을까. 그는 자신의 에세이 『지구에서 영어생활자로 살아남는 법』을 통해 그 노하우를 털어놓는다.

‘지방대 출신’, ‘여성’, ‘감정노동’은 그가 어떤 젊은 시절을 살았는지 보여주는 단어다. 잠깐 몸담은 잡지출판사를 떠나 그토록 좋아했던 방송작가의 삶을 살았지만,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겨우 생계를 유지할 만큼 적은 보수를 받았으며, 높은 업무 강도 때문에 소모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27세의 어느 날, 무작정 미국 어학연수를 떠나기로 했다. 유학 경험을 통해 유창한 영어 실력을 만들어 한국 사기업 공채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가 해외 유학 생활을 하면서 얻은 것은 정확한 발음이나 어법보다는 태도에 가까웠다. 한번은 백씨가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토론 수업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가장 많은 인상을 남긴 사람들은 유럽에서 온 학생들이었다고 한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고 어법 등을 자꾸 틀려서 속상해하는 한국 학생들과는 달리, 유럽 학생들은 본인이 틀리든 말든 계속 떠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인처럼 청산유수로 말하고 싶다는 열망은 무척 헛된 것”처럼 느껴졌다는 그는 관점을 바꾸기로 했다. “어륀지든 오렌지든, 언어는 본질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정확한 영어 단어를 모를 때는 묘사를 하든 스무고개를 하든 머리를 짜내 상대방에게 내 뜻을 설명하면 되는 거였다.”

이후 그는 어학 실력을 높이고자 지원한 스위스 제네바의 NGO에 유스 인턴으로 선발되면서 국제공무원의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다만, 여기서도 중요한 건 영어의 유창함보다는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곧 ‘멀티컬처럴리즘’, 다양한 사람들을 수용하고 그들과 함께 공존하려는 태도였다. 그 역시 취업을 위해 공부한 미국식 영어만 공부해 고초를 겪기도 했다. NGO 본부 회의에서 다양한 지역의 출신 활동가들이 발언했는데, 좀처럼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철저히 깨지고 배우면서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백씨는 “한국을 떠나 영어라는 언어를 다시 배우면서 얻은 것은 헷갈리던 시제나 가정법이 아닌 신기하게도 나 자신이란 영역이었다”며 현지에서 영어를 듣고 배운 경험들이 자신을 바꿔놓았다고 말한다.

주지하다시피 영어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다. 말레이시아, 영국, 인도 등 출신이나 지역에 따라 다른 억양이나 어투가 존재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미국식 영어 발음을 멋있게 한들 큰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유창한 영어실력은 상대방과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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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인 2023-03-03 09:11:04
주인공이 여성 분인데 그림을 남성으로 그린 것은 잘 못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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