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향형은 ‘인싸’, 내향형은 ‘아싸’? 틀린 구분입니다
외향형은 ‘인싸’, 내향형은 ‘아싸’? 틀린 구분입니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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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성격유형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MBTI로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네 자리 글자를 모두 밝히기도 하지만,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성격을 표현할 때는 맨 앞 글자인 ‘내향형(I)’ 또는 ‘외향형(E)’을 주로 사용한다. 그런데 ‘내향적/외향적’이라는 말은 ‘내성적/내성적이지 않음’이라는 말과 그 의미가 자주 혼동되어 쓰이고 있다. 혹,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성격유형이 스스로에 대한 오해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책 『내향인을 위한 심리학 수업』(미래의창)에서는 “내성과 내향은 엄연히 다른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이 둘의 의미가 혼재된 채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따라 대응 방식도 부적절하게 이뤄질 때가 많다”고 지적한다. ‘내성/외성’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어렵고 쉬운 정도, 즉 타고난 사회성을 뜻한다면, ‘내향/외향’은 본인의 관심사가 내면과 외부 세계 중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를 가리킨다. 둘은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행동을 만들어 낼 수 있으나, 분명 다른 개념이다.

책에서는 우리의 대외적 성향을 ‘내성/외성’, ‘내향/외향’을 조합한 네 가지 유형(외성+외향, 외성+내향, 내성+외향, 내성+내향)으로 세분화해 보자고 제안한다. 그러면 기존의 ‘내향/외향’ 구분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을 조금 더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외성+외향’ 유형을 ‘핵인싸’, ‘외성+내향’ 유형을 ‘하이브리드’, ‘내성+외향’ 유형을 ‘아련병풍’, ‘내성+내향’ 유형을 ‘자발적 아싸’ 유형으로 이름 붙인다. 똑같이 외성이라도 관심의 방향이 외부를 향하는 ‘핵인싸’ 유형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기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인싸’인 반면, 내향적 성향을 지닌 ‘하이브리드’ 유형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도 자신의 내면을 능숙하게 탐색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사회성이 좋아 어디서나 적응을 잘하지만, 숨겨진 내향인의 특성 때문에 종종 오해를 사기도 한다.

이렇듯 두 성향이 서로 다른 곳을 가리키는 유형은 인간관계에서 내적 갈등을 겪을 확률이 높다. 내성적인 사람들 중에서도 내향적이기까지 한 사람은 오히려 “인간관계가 어렵지만 마침 나는 사람들한테 관심이 없으니까” ‘자발적 아싸’로서 대부분 내적 갈등이 별로 없는 평화로운 상태로 살아갈 수 있다. 반면 남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내성적인 성격으로 고민하는 ‘아련병풍’ 유형의 사람들은 네 가지 유형 중 인간관계와 관련한 내적 갈등에 가장 취약하다. 다만 처음에는 다가가기 힘들더라도 계속해서 만남의 기회를 찾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한다면 외향적 특성이 발휘돼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 녹아들 수 있다.

저자는 “성격심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는 바로 ‘성격은 가치중립적이다’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인싸’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복잡한 인간관계로 인한 잦은 갈등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각자가 타고난 성향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상태와 편안한 상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다. 예를 들어 ‘하이브리드’ 성향인 사람은 평소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거워하나, 에너지를 충전해야 할 때는 반드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심리학자들은 “감정 노동이 과중한 현대인들에게는 본인 성격의 결대로 쉴 수 있는 맞춤형 휴식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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