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의 외모만 보고 푹 빠진 왕자의 심리는…
신데렐라의 외모만 보고 푹 빠진 왕자의 심리는…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3.02.18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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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동화 속에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 장면이 많다. 이를테면 낯선 사람에게 매번 문을 열어줘서 목숨을 잃을 뻔한 ‘백설공주’나, 잠깐 본 신데렐라의 외모에 반해 바로 청혼을 한 왕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이들의 눈높이로 동화를 짓다보니 이야기에 허점이 생긴걸까. 심리상담사 류혜인씨의 책 『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를 보면 그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동화책 속 주인공들을 들여다보며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심리적으로 분석한다.

먼저, 백설공주의 사례를 살펴보자. 백설공주는 여러 모습으로 변장해 일곱 난장이들의 집에 찾아온 왕비를 경계하지 않고 계속 문을 열어 준다. 난장이들이 “이번에도 실패했으니까 왕비가 또 변장해서 공주님의 목숨을 노릴 거예요. 제발 앞으로는 절대 문을 열어주지 마세요”라며 꾸지람을 하고, 백설공주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저자는 ‘접촉 위안’이라는 심리학 이론으로 백설공주의 행동을 설명한다. 접촉 위안은 1950년 위스콘신 대학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가 창안한 이론으로, 새끼 원숭이가 우유병을 갖고 있는 철사 엄마 인형보다 촉감이 따뜻한 헝겊 엄마 인형을 더 선호했다는 실험 결과로 증명됐다. 핵심은 인간은 정서적인 안정감을 받기 위해 타인과의 접촉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백설공주는 어렸을 적부터 충분한 접촉을 받지 못했다. 그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어머니를 여의었고, 한 나라의 왕인 아버지는 딸을 보살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를 모시는 시녀들도 신분의 차이 때문에 편하게 대하기는 어려웠다. 일곱 난장이들이 일을 하러 나간 사이 아무도 없는 집에서 외로움을 느낀 백설공주가 반가움에 문을 열어줬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백설공주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타인으로부터 접촉 위안을 받고 싶었던 백설공주의 필사적인 노력”이라고 변호한다.

한편, 신데렐라 이야기에 나오는 왕자는 ‘지독한 외모지상주의자’로 보인다. 무도회에서 잠깐 만난 신데렐라와 바로 결혼하기로 결심하니 말이다. 독자는 신데렐라가 착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왕자는 같이 춤을 춘 게 전부라 그의 성격이 어떤지 알지 못한다. 장차 왕비가 될 신데렐라에게 나쁜 성격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왕자는 그가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온 나라를 찾아 헤맨다.

‘헤일로 효과’는 이같은 왕자의 심리를 설명하는 심리학 개념이다. 이는 사람을 볼 때 한 가지 요소가 빼어나면 나머지 요소들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성을 뜻한다. 왕자의 입장에서는 신데렐라의 얼굴이 예쁘니까 머리도 좋고 성격도 착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저자는 “만약 신데렐라보다 신데렐라 언니가 더 예뻤다면 왕자는 신데렐라 언니를 찾아 헤맸을지도 모른다”며 “그러니 이런 왕자 같은 행동을 하지 않도록 헤일로 효과를 잘 알고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추가적으로, ‘해님 달님’ 속 엄마의 심리를 살펴보자. 동화 속에서 떡 바구니를 이고 집에 돌아가던 엄마는 “떡 하나만 주면 안 잡아먹지”하고 따라오는 호랑이에게 모든 떡을 다 내어주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여기서 호랑이는 간악한 술수를 쓴다. 비결은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 이는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거절당하지 않을 법한 작은 요구를 하면서 점차 큰 요구를 하면 상대는 잘 들어주게 된다는 설득 기술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 동화를 보면 어이없고 피식 웃음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심리학의 눈으로 동화를 보면 ‘무리한 설정’처럼 보였던 그 장면 속에는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가 녹아들어 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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